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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Why]영국의 존슨 총리,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나

국제일반

    [월드Why]영국의 존슨 총리,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나

    위기 때마다 거짓말 반복하며 대중들의 신뢰 잃어
    엉뚱한 언행과 과거 행적도 논란, 영국 민심 차갑게 돌아서

    보리스 존슨 총리. 연합뉴스보리스 존슨 총리. 연합뉴스
    지난달 영국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플래티넘 주빌리) 감사 예배를 앞두고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 보리스 존슨 총리 부부가 도착하자 수천명이 야유를 보냈다. 영국인들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음에도, 존슨 총리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최근 상황은 더 최악이다. '파티게이트' 위기를 겨우 넘기는 듯 했지만 또다른 거짓말 논란이 일면서 몇몇 장관들이 그를 비토하고 사임했다. 많은 영국 언론들이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한다. 어쩌가 존슨 총리는 이렇게 망가진걸까?

    ① 거짓말에 또 거짓말

    지난해 말에 터진 '파티게이트'가 가장 컸다. 국민들은 코로나19 봉쇄로 꼼짝 못할 때 총리실 직원들이 난장판 회식을 벌인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총리실에서 와인을 쏟고, 토를 할 정도로 술파티를 벌인 것도 충격이었지만 존슨의 거짓말에 민심이 돌아섰다.

    존슨은 의회에 출석해 "크리스마스 파티는 없었고 방역을 늘 지켰다"고 주장했지만, 파티 동영상까지 나오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자신은 몰랐다"며 발을 뺐다. 하지만 그가 파티에서 술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이 또한 거짓임이 밝혀졌다.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존슨 총리가 파티게이트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는 데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내 신임투표에서 과반을 겨우 넘기면서 직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최근 다시 큰 일이 터졌다.

    이번에도 술이 발단이었다.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가 한 술자리에서 엉망으로 취해 여러 남성들을 신체 접촉하려 한 것이다. 그는 물러났지만, 알고보니 과거 성비위 전력이 있었던 인물이었다는게 문제가 됐다. 존슨은 처음엔 핀처의 성비위 전력을 '몰랐다'고 주장하다가, 그도 보고를 받았다는 증언이 속출하자, '까먹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또 거짓말을 하다 걸린 것이다.

    존슨이 이 문제로 사과를 하자마자 요직에 있던 장관 두명이 그를 저격하며 직을 내려놨다.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동시에 사표를 던졌다. 두 장관 모두 존슨 밑에서 믿고 일을 할 수 없다는 식의 입장을 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불법 도청 사실보다는 거짓말이 밝혀지면서 사임했듯, 존슨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민심은 물론이고 측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② 독특한 성격과 좌충우돌 정책

    연합뉴스연합뉴스
    그의 독특한 기질도 대중들이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이 정치적 감각이 부족하고, 평소 부주의한 행동과 발언을 하며, 자기 편을 잘 만들지 못하는 등 대인관계에 서툴다고 지적했다. 존슨은 초반부터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BBC 등 기성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직접 소셜미디어(SNS)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 점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시킨다.

    '신사의 나라'라는 자부심으로 예의와 품위를 중시하는 영국인들에게 그는 너무 튀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의 과거를 꾸준히 추적한 영국 언론들은 1988년 더타임즈 기자 시절부터 거짓 기사를 써서 해고를 당했고, 야당 대변인 시절 유명 여기자와 불륜에 빠졌다가 대변인 직에서 사임한 사실 등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모델 출신의 미국인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브렉시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때만 해도 그의 좌충우돌 돌파형 리더십이 장점으로 평가됐지만, 사람들은 이제 자질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③ 언제까지 버틸까

    존슨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난 4일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했다. 그리고 나서 거짓말 사태가 불거졌다. 존슨 총리는 벼랑끝에 서있다.

    2024년 총선을 치를 준비를 해야하는 보수당 의원들은 조만간 존슨 총리의 재신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재신임을 받고 1년 안에는 다시 투표에 붙일 수 없다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 전에 그가 자진사퇴하는 쪽으로 당이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존슨의 스타일상 당이 압박해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변 측근들이 얼마나 더 존슨을 비호할지, 존슨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또다른 거짓말이 터지지 않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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