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김재호. 잠실=김조휘 기자올 시즌 두산의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7)는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2004년 1차 지명 신인으로 두산에 입단한 김재호는 천재 유격수라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14년 주전으로 도약한 뒤 꾸준히 유격수로 출전해 두산의 센터 라인을 든든히 지켰다.
19년째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재호는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주장으로 2016년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인정 받았다.
김재호는 최근 몇 년간 두산과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지만 올 시즌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26일 기준 두산은 37승 2무 48패 승률 4할3푼5리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김재호는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잠실 롯데전 이후 만난 그는 "6위를 했던 2014년보다 올해 더 순위가 낮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만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각자의 목표를 갖고 미래에 초점을 맞춰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도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후배들한테 창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성적으로는 많이 창피하지만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멋진 선배로 남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재호는 "개인 성적으로 생각을 하면 개인 기록만 남고 팀을 생각하면 우승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개인적인 성적만 생각하다 보면 팀이 약해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런 부분을 후배들한테 자주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호의 '노익장'. 연합뉴스
두산은 지난 8년간 대형 FA(자유계약선수)들을 수 차례 떠나보냈다. 김현수(LG), 양의지(NC),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박건우(NC) 등 두산 왕조를 구축한 선수들이 이제는 팀에 없다.
이들과 함께한 김재호는 누구보다 그 빈자리를 크게 체감했다. 그는 "핵심 선수들이 한 명씩 빠져 나가다 보니까 채울 수 있는 한계점이 이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잘 버텨나가는 것이 우리 팀의 숙제이며 후배들한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자신의 후계자라 불리는 안재석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지난해 프로에 첫 발을 디딘 안재석은 2004년 김재호 이후 17년 만에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은 내야수다. 데뷔 첫해부터 96경기 타율 2할5푼5리(200타수 51안타) 2홈런 14타점 28득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쳐 성공적으로 1군에 안착했다.
올 시즌에는 2년 차 징크스가 덮쳐 75경기 타율 2할1푼1리(171타수 36안타)에 그쳤지만 김재호는 안재석의 수비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처음에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많이 흔들렸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되면서 자신감도 많이 찾은 것 같다"면서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자신감이 좀 떨어지기 때문에 그 부분만 좀 채워주면 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