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오세훈 서울시장은 "침수 피해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반지하 주택에 사는 시민들을 단계적으로 공공임대주택 등 지상 주거 환경으로 옮겨가도록 하겠다"며 "일각에서 퇴출 등의 용어로 사용하면서 거주자를 퇴출하는 듯한 의미로 전달되어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육아부담을 지원하는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발표 중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며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 위치한 반지하 가구들. 연합뉴스최근 집중호우로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가 침수해 이곳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숨졌다. 이 중에는 10대 딸도 있었다. 서울시는 이에 10~20년에 걸쳐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 나가는 '지하·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지난 10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던 반지하 주택이 없어지면 이들이 당장 살 곳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서울시 발표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당장 필요한 개보수 지원은 하되, 자가 전세 월세 등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집주인을 비롯해 민간이 정부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모든 정책은 거주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겠다"고 해 사실상 반지하주택 일몰제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시장은 "지난 선거 공약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운 이유 중 하나가 '지옥고(지하·반지하·옥탑방)' 문제만큼은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다는 게 저의 평소 문제의식이었다"며 "지옥고 중 제일 먼저 줄여나갈 게 있다면 반지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침수 피해 지역 지도를 보면 재개발 지역이나 모아타운 대상지가 많았다. 이곳은 반지하 주거 형태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며 "자연스럽게 연간 8천여 반지하 주택 가구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반지하에 주거하는 시민을 지상으로 올리는 방안(지하·반지하 주택 일몰제)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민 이주 대책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내세웠다.
오 시장은 "서울시내 임대주택 주거 연한이 30년이 도래한 주택들은 이미 재건축 계획이 세워져 있다. 오래된 5층 규모 임대주택을 재건축하면 20층, 30층까지 올리는 방식으로 공급 물량을 두배, 세배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5일 시는 추가대책을 통해 반지하 주택 20만 가구 전수조사, 공공임대주택 물량 23만호 이상 공급, 반지하 가구 지상 이주 시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반지하 주택에 들어가면 십중팔구 곰팡이가 핀 것을 볼 수 있는데, 영유아기에 햇빛이 들지 않아 곰팡이가 슬고 환기도 안 되는 공간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주 좋지 않다"며 "영유가 있는 반지하의 가정들이 지상으로 빨리 올라올 수 있는 주거상향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지하·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영유아 육아 가정을 비롯해 장애도가 심한 가정, 거동불편 고령자 등 주거 약자에 대한 주거상향 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