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왼쪽)가 28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 투어 행사에서 친구인 SSG 추신수에게 등번호 사인볼 액자를 받고 있다. 두 선수는 부산 수영초등학교 재학 당시 야구를 함께한 죽마고우다. 인천=SSG 두 마리의 호랑이가 프로야구 후반기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까. 은퇴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롯데 이대호(40)와 부상 복귀 후 차츰 영점을 잡아가고 있는 kt 강백호(23)다.
이대호는 28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SG와 원정에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맹타를 선보였다. 팀의 4 대 2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이대호는 1 대 2로 뒤진 7회초 2사 1루에서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상대 2번째 투수 좌완 김택형을 좌월 2점 역전 홈런으로 두들겼다. 시속 131km 포크볼을 유연하게 잡아당겨 비거리 115m 아치를 그려냈다.
승기를 잡은 롯데는 8회 1점을 더 추가해 2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이대호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이대호는 올해를 끝으로 22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세계 프로야구 최장인 9경기 연속 홈런, KBO 리그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 등 엄청난 기록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프리미어리그 초대 대회 우승을 이끈 공로로 KBO는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도 이대호의 마지막 인천 원정이라 SSG도 은퇴 투어 행사를 열었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을 따 조선 시대 마패 기념품과 이대호의 프로 데뷔 첫 홈런 기념구, 등 번호 사인볼 액자 등 선물했다. 여기에 이대호를 초등학교 때 야구로 이끈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도 이대호를 위한 커피 차량을 직접 주문해 영상 메시지를 띄우고 눈물도 지었다.
과연 이대호는 스타답게 마지막 인천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지난 24일에도 이대호는 자신의 은퇴 투어 행사가 열린 NC와 창원 원정에서 9회 대타로 나와 쐐기 1점 홈런을 날렸다.
이대호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3회말 1사 상황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친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롯데 이대호는 올 시즌 은퇴가 무색할 만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114경기 타율 3할3푼(3위) 17홈런 74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주에는 결승타만 2개를 뽑아내 롯데의 4승 2패 상승세를 이끌었다. 롯데는 지난주 승률 1위로 5위 KIA를 4경기 차로 따라붙어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 가을 야구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강백호도 지난주 결승타 2개를 때려내며 이대호와 함께 주간 최다를 기록했다. 비록 부상 여파로 올 시즌 타율은 2할5푼2리로 높지 않지만 여전한 존재감을 뽐낸다.
지난 23일 두산과 잠실 원정에서 강백호는 승부처에서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연장 11회초 무사 1루에서 큼직한 우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승부를 갈랐다. 2 대 1 승리의 결승타였다.
강백호는 26일 SSG와 수원 홈 경기에서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 대 2로 맞선 3회말 2사 2루에서 좌전 안타로 결승 타점을 뽑았다. 이날 강백호는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며 12 대 3 대승을 견인했다.
부상 복귀 후 차츰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는 kt 강백호. 연합뉴스
kt 역시 강백호의 결승타 2개 등에 힘입어 지난주 4승 2패로 롯데, LG 등과 최고 승률을 찍었다. 키움을 끌어내리고 0.5경기 차 3위까지 올랐다. 시즌 초반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던 아쉬움을 딛고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전반기 kt 부진의 한 원인이 강백호의 공백이었다. 강백호는 시즌 전 발가락 골절상으로 6월에야 복귀했는데 허벅지 부상으로 또 전열에서 이탈했다. 올해 팀이 치른 114경기 중 33경기만 출전한 강백호다.
하지만 강백호는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즌 후반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서서히 예열을 마쳐가는 가운데 가을 야구에서 중심 타자로서 발톱을 날카롭게 갈고 있다.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업적을 쌓았던 이대호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강백호. 올해 막판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