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높다'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전 데니스 샤포발로프(24위·캐나다)와 니시오카 요시히토(56위·일본)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요시히토가 청자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최단신, 아시아의 작은 거인이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26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ATP 투어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의 니시오카 요시히토(56위)는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ATP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총상금 123만7570 달러) 단식 결승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24위·캐나다)를 꺾었다. 세트 스코어 2 대 0(6-4 7-6<7-5>) 완승으로 우승을 장식했다.
생애 2번째 투어 정상이다. 니시오카는 2018년 중국 선전오픈에서 첫 투어 우승을 차지한 뒤 4년 만에 다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니시오카는 170cm로 ATP 투어 최단신이다. 디에고 슈와르츠만(17위), 세바스티안 바에즈(36위·이상 아르헨티나)와 가장 작은 선수다. 신장이 클수록 유리한 테니스에서 분투하고 있다. 샤포발로프는 185cm의 장신이다.
더욱이 니시오카는 아시아 선수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 1989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대만계 미국인인 마이클 창(은퇴)이 175cm였다.
니시오카는 이번 대회 8강전에서 세계 랭킹 2위 캐스퍼 루드(노르웨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캐나다의 신성 샤포발로프까지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1회전에서는 25위 대니얼 에번스를 누르며 이변을 예고했다. 올해 7월 포르투갈 포르투 대회 4강, 8월 미국 워싱턴 대회 준우승에 이어 기어이 정상에 올랐다.
현재 니시오카는 아시아 선수 중 최고 랭커다. 이번 우승으로 랭킹을 41위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니시오카는 작은 체구에도 빠른 발과 정교한 스트로크로 핸디캡을 벌충한다. 이날 결승에서도 끈질긴 승부로 샤포발로프의 강타를 이겨냈다. 2세트 타이 브레이크에서 좌우 코너를 찌르는 포핸드 샷으로 샤포발로프를 괴롭힌 끝에 실수를 유도했다.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전 데니스 샤포발로프(24위·캐나다)와 니시오카 요시히토(56위·일본)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니시오카가 샤포발로프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승이 확정된 뒤 니시오카는 전통 자기로 된 우승 트로피와 2억 원 상당의 금 공예품 부상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17만 35달러(약 2억5000만 원)다.
경기 후 니시오카는 "(일본인 선배인) 니시코리 케이(178cm)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면서 "샤포발로프처럼 강한 선수들을 이긴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키 작은 선수들이라도 최선 다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순우(121위·당진시청) 등 상대적으로 서양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세인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니시오카는 "아시아 선수들은 기회를 잡기보다 기다리는 경향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쑥스러워 하지 않고 경험을 쌓고 배워서 강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서양 선수들을 잡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9931명의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니시오카는 "이렇게 팬들이 가득한 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라면서 "오늘 경기는 행복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앞서 열린 복식 결승에서는 1번 시드 너새니얼 라몬스(55위·미국)-레이븐 클라센(71위·남아공)이 2번 시드 니콜라스 바리엔토스(67위·콜롬비아)-미겔 앙헬 레예스 바렐라(76위·멕시코)를 2 대 0(6-1 7-5)으로 눌렀다. 한국인 최고 랭커 권순우는 이번 대회 단식 2회전, 정현과 함께 나선 복식에서는 4강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