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24위·러시아)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 옐레나 오스타펜코(19위·라트비아)와의 경기에서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US오픈에 이어 프랑스오픈 챔피언까지 부상으로 쓰러졌다. 코리아오픈의 여왕으로 불리는 옐레나 오스타펜코(19위·라트비아)가 5년 만의 만원 관중 앞에서 다시 즉위하려 했지만 오른 엄지 발가락이 말들 듣지 않았다.
오스타펜코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1750 달러) 단식 결승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24위·러시아)를 넘지 못했다. 대회 톱 시드를 받은 오스타펜코는 2번 시드의 알렉산드로바에 0 대 2(6-7<4> 0-6)으로 졌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대회 정상을 노렸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오스타펜코는 2017년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뒤 코리아오픈에도 출전해 정상에 올랐다.
당시 오스타펜코가 출전한 결승전에는 1만 명에 가까운 만원 관중이 몰렸다. 2004년 시작된 코리아오픈에서 만원 관중은 '러시안 뷰티' 마리아 샤라포바가 출전한 첫 대회 결승이 처음이었다.
이날 결승에도 관중석에는 팬들이 가득 찼다. 대회 관계자는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가 만원을 이룬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코리아오픈에서는 샤라포바가 나선 2004년과 오스타펜코가 출전한 2017년까지 앞서 3번 있었다"면서 "특히 올해는 관중석이 1만 석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다 관중이라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오스타펜코는 5년 만의 우승을 재현하지 못했다. 이날 오스타펜코는 1세트 게임 스코어 5 대 3으로 앞서 기선 제압의 기회를 잡았지만 알렉산드로바의 뒷심을 버티지 못했다. 타이 브레이크까지 간 끝에 4 대 7로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기가 꺾인 오스타펜코는 설상가상 부상까지 겹쳤다. 2세트 게임 스코어 0 대 3으로 뒤진 상황에서 오스타펜코는 오른 엄지 발가락 통증으로 메디컬 타임 아웃을 불렀다. 다시 코트로 나섰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채 0 대 6으로 속절없이 게임을 내줬다.
전날 오스타펜코는 부상의 행운을 맛봤다. 4강전에서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에마 라두카누(77위·영국)가 3세트 도중 부상으로 기권한 것. 그러나 하루가 지난 뒤 오스타펜코는 부상의 부메랑을 맞았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 옐레나 오스타펜코(19위·라트비아)와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24위·러시아)의 경기. 오스타펜코가 공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알렉산드로바는 오스타펜코가 우승한 2017년부터 코리아오픈에 출전해 2019년 4강까지 올랐다. 4번째 출전에서 기어야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3만3200 달러(약 4700만 원)을 받았다.
경기 후 알렉산드로바는 "1세트에 긴장한 데다 오스타펜코의 공이 워낙 빨랐지만 이후 리듬감 찾아 이길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오스타펜코의 부상으로 흐름이 끊긴 데 대해 "기다리는 건 투어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면서 "상대보다 나의 리듬감 회복에 더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알렉산드로바는 코트 인터뷰에서 열띤 응원을 펼쳐준 한국 팬들에 대해 "이 대회와 서울을 사랑한다"면서 "김치찌개와 불고기도 좋아한다"는 재치 있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코리아오픈에 대해 알렉산드로바는 "모든 게 완벽하게 잘 풀어가도록 조화롭게 진행된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열린 복식에서는 크리스티나 믈라데노비치(23위·이하 복식 순위·프랑스)-야니나 위크마이어(396위·벨기에)가 우승했다. 에이샤 무하마드(30위)-사브리나 산타마리아(84위·이상 미국)를 2 대 0(6-3 6-2)으로 눌렀다.
26일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본선이 펼쳐진다. ATP 투어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1996년 KAL컵 이후 26년 만이다.
한국 선수 중 단식 최고 랭킹의 권순우(74위·당진시청)가 정윤성(415위·의정부시청)과 1회전에서 맞붙는다. 2018년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신화를 쓴 정현은 권순우와 복식에 출전해 모처럼 실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