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 서동철 감독과 양홍석. KBL11일 서울 호텔리베라청담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서 "우리 팀을 제외하고 우승후보라고 생각하는 팀은 어디?"라는 공통 질문이 나왔다. 매년 나오는 질문이지만 각 구단 사령탑들이 생각하는 시즌의 전력 구도를 가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우승후보로 2개 구단을 언급한 복수 응답자가 2명 있었다. 총 '12표' 중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가 받은 5표와 동수를 기록한 팀이 있었다. 바로 수원 KT다(나머지 2표는 각각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원주 DB).
전창진 전주 KCC 감독, 이상범 원주 DB 감독, 서동철 수원 KT 감독이 SK를 우승후보로 거론했고 전희철 서울 SK 감독, 조상현 창원 LG 감독, 김승기 고양 캐롯 감독이 수원 KT를 언급했다.
김상식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과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SK와 KT를 공동 우승후보로 평가했다.
SK는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 중 한 명인 안영준의 군 입대 공백에도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정규리그 MVP 최준용과 챔피언결정전 MVP 김선형이 건재하고 최고의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와 재계약 하면서 조직력의 큰 틀도 그대로 유지했다.
KT는 정규리그 MVP 경력을 자랑하는 가드 허훈이 군 복무를 시작해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KT는 지난 8일 경남 통영에서 끝난 2022 MG새마을금고 KBL 컵 대회 챔피언이다.
수비형 센터 랜드리 은노코가 어깨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하윤기도 부상으로 1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성적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KT는 짜임새 있는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 그리고 대회 MVP로 선정된 '2옵션' 외국인 선수 이제이 아노시케의 활약으로 컵 대회를 접수했다.
아노시케는 4경기에서 평균 27.0득점, 12.0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7.4%(경기당 4.5개 성공)를 기록했다.
서동철 KT 감독은 "은노코를 선발하고 나서 그래도 스코어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심사숙고를 거듭하다 아노시케를 뽑았다. 공수 모두 생각보다 훨씬 좋은 능력을 보여줘 은노코와 아노시케 모두 상황에 맞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허훈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간판 선수 양홍석은 4경기 평균 16.3득점, 7.0리바운드로 활약했고 정성우도 경기당 14.0득점, 3.8어시스트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여기에 김민욱, 김준환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2순위 신인 빅맨 이두원 역시 프로 첫 무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KT는 전반적으로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조상현 LG 감독은 "KT는 높이와 선수 조합이 좋고 공수 조화가 잘 돼 있다"고 평가했고 김승기 캐롯 감독은 "포지션 별로 완벽한 멤버 구성이 돼 있다"고 말했다.
컵 대회 결승에서 KT에게 쓴맛을 봤던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허훈의 공백이 있지만 선수들의 수비 기본이 탄탄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컵 대회 전까지 KT를 둘러싼 한 가지 우려가 있었다. 양홍석과 한 단계 더 성장한 하윤기, 은노코가 함께 뛸 때 KT 골밑 경쟁력은 강력했다. 하지만 허훈의 공백은 분명 느껴졌다. 은노코의 공격보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라 공격에서 해법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KT는 아노시케의 발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김민욱과 김준환도 믿음직한 벤치 스코어러가 될 가능성을 보였다. 양홍석이 주목해야 할 선수로 꼽은 박지원을 필두로 주요 포지션이 탄탄하게 채워졌다.
그만큼 KT는 컵 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시즌보다 전력 향상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SK와 KT가 나란히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는 것은 절대강자가 없는 시즌이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