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연합뉴스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의 손가락에 갑자기 생긴 물집은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kt 위즈의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최대 변수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6회까지 탈삼진 9개를 솎아내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한 안우진으로 계속 밀어붙이고 싶었다. 키움은 4-0으로 앞서 있었고 kt는 안우진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5전3승제 시리즈는 이제 막 시작됐고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원기 감독은 "손가락 부상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안우진도 7회에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올라갔을 경우 결과를 떠나 나머지 경기가 있기 때문에 걱정됐다. 그 상황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만약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면 밀고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시속 157km, 평균 시속 154km의 강속구에 속수무책이었던 kt 타선은 안우진이 내려가자 다시 힘을 냈다. kt는 경기 막판 승부를 4-4 원점으로 되돌렸다.
8회초 동점이 되는 순간 덕아웃에 있던 안우진이 복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안우진은 "기도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동점이 돼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잠깐 뒤로 빠졌다. 뒤에서 숨 한 번 크게 쉬고 왔다. 개인은 중요하지 않고 팀이 이겼으면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선발승 기회가 날아간 건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손가락 상태가 심각하지 않고 다음 등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경미한 부상에도 키움은 에이스의 몸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판을 만류하는 코칭스태프에 안우진은 7회초 선두타자 박병호만 상대하고 싶다고 했다.
에이스의 승부욕이었다. 결국 7회초 등판은 무산됐고 박병호는 그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안우진은 "박병호 선배님만이라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감독님과 투수코치님 모두가 다음 경기를 위해 바꾸는 거라고 했고 저를 먼저 생각해주셨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이날 전력투구 모드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정규리그와는 다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카운트를 잡으려고 밀어넣는 공을 아예 던지지 않았다. 직구는 강하게 던졌고 슬라이더도 대부분 강하게 던졌다. 오른손 타자가 많이 나와 커브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호수비로 투수를 도운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도 전했다. "(유격수) 신준우가 가장 많이 도와준 것 같다. 이정후 형도 6회에 알포드의 2루 진루를 잘 잡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안우진은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결승타의 주인공 송성문을 힐끔 바라봤다. 4회초 송성문이 정면으로 날아온 알포드의 강습 타구를 잡지 못한 장면을 언급했다.
"공 하나 피하기는 했지만 잘 도와줬던 것 같다"는 안우진의 농담에 송성문도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