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법제처·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전날 국정감사에서 야당으로부터 술자리 의혹에 관한 질의를 받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엄호했다. 한 장관은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향해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하는 등 날선 태도를 유지했고 김 의원은 "의혹이 제기될 때 물어보라는 게, 국민들이 저에게 표를 주신 이유"라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오전 페이스북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김앤장 변호사들과 함께 고급 바에 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직격해 "국감 현장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등에 업고 아니면 말고식 거짓선동, 모멸감 주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의원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언론의 제보라며 한 장관에게 지난 7월 19일 밤 윤석열 대통령,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강남 청담동의 고급 바에서 술자리를 가졌냐고 질의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원 기자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이 제보의 진부(眞否·진짜와 가짜) 여부에 정치인생을 걸어라"라며 "현직 검사라도 로펌 변호사 30명이 모인 자리에는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경호인력 동원해서 갔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라고 밝혔다.
기자 출신이기도 한 정 위원장은 "수습기자라도 '팩트 파인딩(사실 확인)' 나서면 한시간 안에 결판날 제보"라며 "김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 국감에서 청와대 출신 야당 의원이 사실 확인도 안 된 친야 성향 매체의 일방 보도로 장관을 모욕했다"며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 국감은 물론 국회의 명예를 실추한 사례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라고 한 장관을 엄호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으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촉구하고 당 차원에서도 윤리특위 제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 없으면 하지 말든지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그렇게 쫑알쫑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시정연설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국회를 찾은 한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김 의원을 겨냥해 "매번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 주고 책임을 안 지니까 자기는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이런 것 같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감에서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하며 "직을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냐"고 격앙된 모습을 보인 연장선상이다.
한 장관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까지 나선 맹공에 시달린 김 의원은 오후 들어 입장문을 통해 "생생한 목격담"이 있는 제보를 접하고 의원으로서 확인에 나선 것이었다며 "이런 의혹이 제기될 때 거침 없이 물어보라는 게, 국민들이 저에게 표를 주신 이유"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제보가 들어와 확인하겠다"고 먼저 밝힌 뒤 한 장관에게 질문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제 질문에 한 장관은 대뜸 '장관직을 걸겠다'며 국감장을 도박판으로 만들"고 "국민의힘도 덩달아 저에게 '정치인생을 걸라'고 판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보 내용이 맞는지 계속 확인 작업을 해나겠다고 다짐하면서 형사적 책임까지 언급한 국민의힘 측 비판에 대해 "시시껄렁한 협박"이라며 "'사실이냐'고 물은 것에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