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 뮤직라운지 류에서 20주년을 맞은 보컬 그룹 노을을 만났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2002년 12월, 팀명과 같은 앨범으로 데뷔한 신인이 있었다. 데뷔곡 '붙잡고도'는 이곳저곳에서 들을 수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고, 해를 거듭할수록 '아파도 아파도' '청혼' '전부 너였다' 등 팀을 대표할 만한 곡이 늘어갔다.
무명 시절 없이 순탄하게 가요계에 존재감을 새겼지만, 예상치 못한 공백기가 찾아왔다. 정규 3집 '전부 너였다'에서 그다음 앨범 '그리움'이 나오기까지 5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활동이 전무했던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멤버들은 흩어지지 않았고 대중 역시 잊지 않았다. 그 덕분에 20년을 맞을 수 있었다. 이 팀의 이름은 노을이다.
노을이 돌아왔다, 20주년을 맞아. 개인 활동에 집중하다가 특별히 기념할 만한 해에 오랜만에 다시 뭉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싱글과 OST 등을 발매한 '현재진행형'으로서 20주년 미니앨범을 준비했다. 사람으로 치면 아기에서 성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인 20년을 '스물'이란 이름에 담았다. 냉정한 투표 결과를 통해 정해진 타이틀곡 '우리가 남이 된다면'을 포함해 신곡 6곡을 실은 앨범이 나왔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들섬 뮤직라운지 류에서 노을의 새 미니앨범 '스물'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나성호, 전우성, 이상곤, 강균성은 그동안 음악을 들어준 청자와 팬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 덕분에 20주년을 맞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을이 미니앨범을 발매하는 건 약 4년 만이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나성호는 "뭔가 20주년이 뭐 이전하고 특별히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꽤 긴 시간인 거 같다. 이렇게 오래 안정적으로 활동을 잘해올 수 있었던 거는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라며 "우리를 위해서 마음을 써주고 일을 해주는 사람들이 항상 있어서 여기까지 잘 온 거 같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전우성은 "20주년이 되었듯이 어떻게 하면 더 오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몸 관리도 잘하고 신체적인 그런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인 거 같다. 20주년을 맞이했듯이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저희를 제작해주신 진영이 형(박진영)에게도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상곤은 "스무 살이 되면 저희도 어린이 청소년 (때) 겪는 것처럼 시행착오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성인 돼 보고 나면 다 알겠지만 스무 살이 되면 자유롭고 해방감을 느낄 거 같은데 그렇지 않고 책임감이 강해지고 힘든 일이 많지 않나. 그런 것처럼 앞으로 저희한테 더 중요한 날이 남아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강균성은 "당연한 것도 없고 우리 힘으로만 어느 것 하나 된 것도 없고 모두에게 감사하다. 감사한 분들이 떠오르는데 돌아보니까 하루하루가 기적이었던 거 같다. 그 기적들이 그때는 기적인지 모르고 지나쳐왔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하루하루 쌓여서 20주년이란 기적이 만들어졌다. 특별히 제일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은 우리 팬분들,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 팬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20주년을) 만들어주셨다"라고 밝혔다.
노을 강균성.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멤버 변동 없이 20년이나 팀을 지키며 활동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설령 그 시간을 마주했다고 해도 정작 당사자가 물의를 빚어 지나온 추억까지 훼손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이에 관해 강균성은 "참 많은 분들이 저희를 사랑해주셨다, 저희 음악을. 아이돌 가수처럼 저희라는 인물이 사랑받는다기보다는 노래가 사랑받는 일이 많았고, (노래도) 사랑받을 때도 있고 그러지 못한 때도 있었고 5년 공백기나 회사가 어려웠을 때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당시에는 아쉽고 이런 부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건 그대로 우리에게 주었던 게 있더라. 그중 하나가 저는 겸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있을 때 댓글에 이런 게 있더라. '이분(들)의 음악 속에 내 학창 시절 추억이 있는데 그 추억이 많이 훼손되었다'라고. (저희가) 그전에도 막 살진 않았지만 가수가 음악만 잘해서 가수가 아니라, 저희 음악을 통해 함께 어우러진 추억들을 훼손시키지 않게 인성이나 삶에 대한 부분에서 바르고 올곧게 살아가는 것도 가수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부분에서 사건사고 없이 여기까지 잘 와준 멤버들에게도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나성호는 가수 생활 중 가장 큰 고비로 '5년 공백기'를 언급하며 "20주년이지만 활동한 거는 15년이라고 해야 한다. 중간에 5년은 아무것도 없던 거라서. 사실 어떤 가수가 5년씩이나 아무 활동이 없으면 잊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데뷔해서 3년 활동하고 5년 공백기가 있었다. 그때 다시 해 보자 해서 새로운 작곡가도 만나고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며 다시 컴백할 때 다들 한마음으로 열심히 했던 시간이 기억난다"라고 밝혔다.
나성호는 "'그리워 그리워'라는 좋은 노래가 나와서 아무렇지 않게 복귀한 것도 있지만 그 곡을 받을 때까지 우리 서로서로 한마음으로 좀 노력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면 멤버들 성격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성격은 다른데 다시 노래하고 활동하는 것을 순수하게 좋아했다. 잘 안되면 어떡하나 하고 너무 걱정하거나 부담갖지 않고 그냥 오랜만에 연습실에서 만나서 노래 연습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서 앨범 만들고 그런 걸 순수하게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그 시간을 잘 보내면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노을 나성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최근 싱글을 주로 발표했던 노을은 20주년 때는 '앨범 형태'로 곡을 내길 바랐고 지난해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강균성은 "이미 작년부터 앨범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고 회사에서도 얘기가 나왔고, 저희도 어떤 곡을 써야 할까 항상 고민하며 이 곡 저 곡 많이 써놨다"라며 "그런 고민의 시간까지 다 합치면 1년여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상곤은 "회사에서 많은 작곡가에게 의뢰했다. 저희가 한 몇 년간 싱글 위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때 받은 곡, 타이틀로 사용 안 했지만 예전에 들었던 노래까지 다 모아서 곡 수집했다. 그중에서 좋지만 아쉽게 (이번 앨범에) 수록 안 된 것도 있다. 회사는 쉬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에 항상 (작업) 기간이 얼마라고 정해서 말씀드리긴 힘들다. 너무 회사에 감사하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타이틀곡은 늘 그랬듯 투표로 정했고, '우리가 남이 된다면'이 뽑혔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식어가는 감정을 느끼는 어느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 곡으로, 김승수와 KO가 공동 작사·작곡·편곡했다. 청자들에게 감상 포인트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멤버 다수가 나성호의 파트를 꼽았다. 전우성은 "성호 파트가 유독 포인트가 되긴 한다. 이 곡을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느낌이 있다. 성호가 인기 많아질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성호의 파트가 좋았다고 가장 먼저 언급한 강균성은 "제 파트는 안 나오네요"라고 해 폭소를 유발했고, "아직 내가 말하지 않았다"라고 기대감을 올린 이상곤은 "저 같은 경우에는 성호 부분"이라고 해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이상곤은 "'우리가 남이 된다면'과 '미완성' 두 곡 다 발라드인데 저희 음악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성호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해 주신다. 도입에서 몰입이 안 되면 노래를 그냥 꺼버릴 수도 있는 건데 몰입도 있게 노래를 잘한다. 저희 팬들끼리는 장인이라고 부른다, 도입부 장인"이라고 답했다.
노을 이상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강균성은 나성호가 '도장'(도입부 장인)이라며 "팬들은 '나벌천'이라고도 한다. 나성호 벌스 천재라고. 저희가 중국 활동을 한다면 성호는 나벌천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라고 해 여전한 입담을 자랑했다. 파트 칭찬을 연이어 받은 나성호는 "뭐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좋다. 우리 다 그룹이니까"라며 "상곤이 형이 처음 브리지 부르는데 후렴에서 브리지 넘어가는 거기가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우리가 남이 된다면'과 타이틀로 경합한 곡은 지나온 사랑을 책에 비유해 표현한 '미완성'이라는 곡이다. 두 곡은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곡이다. 강균성은 "'미완성'이라는 곡은 제목부터 너무 좋았다. 작곡가 군단이 '미완성'이라는 제목과 가사를 아껴두었다가 우리한테 준 거다. 타이틀 '우리가 남이 된다면'은 처음과 끝을 부른 성호 파트가 굉장히 포인트고, '어떨 거 같아 우리가 남이 된다면' 하고 질문으로 시작하는 게 신선하다"라고 소개했다.
20년 동안 오면서 음악적인 고민은 없었을까. 나성호는 "저희도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한다. 너무 올드하게 들리지 않도록. (곡은)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 너무 시대를 타는, 소위 자기 노래할 때 특징이나 버릇이 너무 강하지 않게, 다양한 노래를 불러도 어느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보컬이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저희 멤버들은 그런 편인 거 같다"라는 답을 내놨다.
이상곤은 "꾸밈없이 부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 목소리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점에 두고 노래하고 녹음하는 것 같다. 1집 때는 사실 큰 회사고 워낙에 유명한 분이 프로듀싱을 해주다 보니까 신인 땐 다들 그렇겠지만 프로듀서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쪽으로 따라갔던 것 같다. 엄격한 분이라 노래 한 곡을 며칠씩 녹음하는데 굉장히 고됐던 기억이 난다. 그 경험이 결코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자양분이 되어서 지금까지 저희 작업할 때도 영향을 준다"라고 돌아봤다.
노을 전우성.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또 다른 노력도 있다. '노을'이라는 팀 활동을 할 때는 최대한 유연한 자세를 가진다는 점이다. 나성호는 "각자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있어도 네 명이 한 팀으로 음반을 만들 때 의견이 다르면 조율이 잘 돼야 한다. 그럴 때 다들 유연성이 있었던 것 같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래 선택할 때 다들 유연한 편이다. 자기 생각과 달라도 많은 사람이 그 노래가 좋다고 하면 좋은 거겠지, 하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상곤은 "네 명이라는 게 유연해야만 한다. 다수결이 안 나오는 팀이라서 어느 정도 수긍할 줄 아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투표 결과가) 반반 나왔을 때 상대 의견을 조금 더 생각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유연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데뷔 20년을 맞은 지금도 '성장'이라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 있는지 묻자, 이상곤은 "저희가 어렸을 때는 훨씬 선배님들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해야지 하고 느꼈다면 이제는 이만큼 하고 나니까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음악이라는 것도 항상 변화가 있는 거고 저희가 정체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걸 알기 때문에 선배, 후배분들 음악을 보고 배우는 것도 많다"라고 답했다.
강균성은 "저는 노을 음악이 너무 좋아서 드라이브할 때도 저희 음악을 상당히 많이 듣는 편이다. 녹음할 땐 '나 너무 잘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때 했던 거 들으면 표현력이 아쉬웠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아쉬움이 들린다는 건 아직도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고, (지금) 수준이 계속 올라서 그런 게 들리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멤버들도 예전보다 훨씬 표현력이 좋아졌다"라고 전했다.
20주년 미니앨범 '스물' 발매일이었던 27일, 노을은 프라이빗 팬 미팅을 열어 팬들을 만났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노을은 새 미니앨범 '스물' 발매 후 팬 미팅과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콘서트에 관해 귀띔을 부탁하자 강균성은 "전에 반응이 좋았던 솔로 무대를 한다. 또 서로 호흡하면서 뛰면서 논다. 발라드 가수니까 잔잔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완전히 깰 수 있게 저희가 재미있게 다양하게 준비했으니까 와서 감동과 힐링을 얻어가시고 스트레스도 푸셨으면 한다"라며 "2시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거의 3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와 주셔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음악 하는 사람"(이상균)을 목표로 삼았다는 노을은 "진심을 담아서 노래하고 그 노래가 많은 사람한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나성호)라며 "이 모든 것들을 실행하려면 건강해야 한다"(전우성)라고 강조했다.
"저희 노래와 함께 어우러져 있을 여러분들의 추억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저희가 잘 살아낼게요. 어떤 사건사고 없이 잘 살아내도록 늘 힘쓰겠습니다. (그 생각을) 항상 머릿속에서 떠나보내지 않을게요." (강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