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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 참사 '떠밀기' 촉발됐나…경찰 수사 '토끼머리띠' 주목

사건/사고

    압사 참사 '떠밀기' 촉발됐나…경찰 수사 '토끼머리띠' 주목

    "'토끼 머리띠' 착용 남성과 무리들이 밀었다"…경찰 CCTV 분석 중
    고의로 밀었다면 과실치사상죄 적용 가능성…예측 가능성 입증까지 난관
    '이태원 참사' 사건인가…정부와 지자체 '주최 측 없다' 변명 일관

    지난달 31일 밤 홍대 거리 이태원 사고 합동 분향소 주위를 경찰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31일 밤 홍대 거리 이태원 사고 합동 분향소 주위를 경찰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밀어! 밀어!", "우리 쪽이 더 힘세 밀어'라는 말이 나온 뒤 내리막길로 사람들이 무너졌다"
    "비탈길 위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과 5~6명의 무리가 단체로 밀었다"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의 사고 원인과 관련해 나오는 증언들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증언이 입증되고 해당 인물들이 특정된다면, 이번 참사는 '사건'으로 규정될 수 있을까. 증언 속 인물들이 특정된다면 어떤 범죄 혐의가 적용될까.

    혹여 책임의 화살이 특정 가해자에게 향한다고 하더라도,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당시 비탈길 위에서 누군가가 사람들을 단체로 밀었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과 5~6명의 무리들이 단체로 밀었다는 증언부터 일부 주점 관계자들이 대피를 막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

    그러나 가해자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특정인이 1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실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난관으로 남아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경찰은 수사본부를 차리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 42곳, 52대의 CCTV와 SNS 영상 등을 확보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또 목격자, 부상자 등 총 44명을 조사했다. 또 이번 참사를 수사하는 서울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31일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약 2시간 동안 합동 감식을 벌였다. 이번 감식 결과는 인파의 밀집도와 위험도를 파악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경찰 수사로 최초 밀었다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그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고의로 사람들을 민 행위가 있었다면 과실치사상죄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험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고 죽을 수 있다는 것까지 인지했다면 이론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수사 상황에서 정황 증거들이 치밀하게 분석돼야 한다"며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이 사람의 의도성 등이 증명된다면 과실치사까지 적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전언만으로는 증거 능력이 없는 만큼 경찰이 확보한 영상을 통해 증언 속 인물이 실제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나아가 과실 치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본인의 행위로 사람들이 넘어져 사망하리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가해자의 행위가 사람들을 숨지게 했는지 그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승 연구원은  "특정인이 앞 사람을 밀어서 넘어뜨리고 그 넘어뜨린 행위가 도미노처럼 그다음 사람을 넘어뜨리게 됐는지 입증돼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계가 된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형법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할 경우 이들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도 법적 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하는 지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은 인근 클럽과 주점이 도움 요청에도 문을 닫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주 등에 대해선 형사 책임을 따지기보다 행정 책임이나 민사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사업주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이번 참사에서 적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이 클럽 등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지만, 핼러윈 인파는 자발적으로 모였을뿐더러 길거리에서 일어난 일이라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인 만큼 책임 소재를 어디로 가릴 것인지 부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자체에 관리 부실 책임은 없는지 부분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류영주 기자
    승 연구원은 "이번 참사를 사건으로 규정하느냐 사고로 보느냐에 따라 책임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혹여 이번 참사가 사고로 규정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참사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사고 몇 시간 전에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예견된 비극'이란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관계 부처가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경찰 등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면피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같은 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경찰, 소방 인력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 아니었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 또한 "주최측이 없는 행사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한다는 등의 안전매뉴얼 없었다"고 자신들은 책임의 주체가 아니라는 식의 회피성 발언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뒤 3년 만에 열린 핼러윈인만큼 인파가 몰릴 상황을 충분이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사건 당일 경찰 병력이 투입됐지만, 대부분  마약 등 단속 인력이었고 안전관리를 위한 별도 경력은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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