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연합뉴스축구 팬들이 잉글랜드 대 이란의 경기에서 여성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와 첫 경기를 앞두고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9월 한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사흘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간판스타 사르다르 아즈문은 SNS에 이란 정부의 시위 탄압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출했다가 대표팀 승선이 불발될 뻔 했다.
이란의 주장 에산 하즈사피는 대회 첫 경기를 앞두고 공식석상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대표팀은 그분들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누구에게나 저항할 자유는 있다"며 선수단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열린 첫 경기가 열렸다. 이란은 2-6으로 크게 졌다. 경기장을 찾은 이란 축구 팬들은 야유의 함성을 보냈다.
케이로스 감독이 발끈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먼저 경기 내용에 대해 "총평은 간단하다. 경기는 전반이 3-0으로 마무리됐을 때 끝났다. 경기가 시작할 때부터 레벨의 차이가 명확했다. 우리에게는 패배를 넘어 다음을 위한 아주 좋은 훈련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에게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 최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슈 때문이었다. 그들도 사람이고 자녀가 있다. 조국을 위해, 이란 국민을 위해 뛰고 또 축구를 즐기는 이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2골을 넣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쓴쏘리도 쏟아냈다. 선수들은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에 걸맞는 응원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막판 이란 관중석으로 시선을 돌려 응원을 독려하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대표팀은 예전 월드컵 대회에서 온 국민의 응원을 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왜 여기까지 와서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를 응원하지 않을 사람들은 차라리 집에 머무는 게 낫다. 우리가 이길 때만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필요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