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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이야기]졌지만 셀카까지 찍어준 메시, 얌체 日 취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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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 이야기]졌지만 셀카까지 찍어준 메시, 얌체 日 취재진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사우리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겼습니다. 그것도 2 대 1 역전승으로 말이죠.
       
    사우디의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겠죠. 사우디 정부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경기 다음 날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늘 카타르 이야기는 그날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국 시각 22일 오후 7시, 현지 시각 22일 오후 1시에 경기가 있었습니다. 경기는 약 2시간 뒤 끝났습니다.

    이때부터 취재진은 2차 전쟁이 시작됩니다. 바로 믹스트존 인터뷰죠.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반드시 믹스트존을 지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취재진이 질문하고 선수들이 답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질문을 하는 것도, 답을 하는 것도 자유입니다. 모든 선수가 취재진 인터뷰에 응할 이유는 없습니다.
       
    믹스트존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뉩니다. 먼저 방송사들이 인터뷰를 한 뒤 신문, 통신사 등 취재진이 인터뷰를 하는 방식입니다.
       
    오후 4시. 경기가 끝난 지 1시간이 지났지만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충격패를 당한 만큼 선수들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길어질 듯한 분위기였죠.
       
    믹스트존 인터뷰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믹스트존 인터뷰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승리한 사우디 선수들이 먼저 믹스트존을 지나갔죠. 어떤 선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서 웃기도 했고 또 다른 이는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며 개선 장군처럼 걸어갔습니다. 한 선수는 가방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 음악을 크게 틀기도 했습니다.
       
    승리를 했다고 해도 사우디 선수들 모두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전에 약속이 된 몇 선수만 취재진 앞에서 섰고 대부분은 그냥 믹스트존을 빠져나갔습니다. 사우디 취재진도 허탈해 했죠.
       
    한국 취재진이 기다렸던 선수는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생애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첫 우승을 노리는 그가 어떤 마음일지 궁금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 아랍 전통 복장을 한 관계자 1명이 믹스트존을 살폈습니다. 제 옆에 통역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에게 아랍어로 무엇인가를 지시했죠. 그러자 자원봉사자가 믹스트존 통로에서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신 거예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지 말라고 했어요. 보통 선수들이 나오기 전에 이렇게 체크하고 갑니다."
       
    그 말은 이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나온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진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믹스트존에 등장했습니다.
       
    저와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취재진이 믹스트존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한 마디라도 듣고 싶었습니다.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습니다. 중계 방송사 인터뷰는 일부 선수가 의무로 하지만 일반 취재진이 있는 쪽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앙헬 디 마리아(유벤투스)도 방송 인터뷰는 했지만 일반 취재진 구역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아마 아르헨티나는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가 인터뷰하기로 약속한 듯 취재진 앞에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선수 중에는 메시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방송사 구역 믹스트존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한 지 약 15분 뒤 메시가 믹스트존에 나타난 겁니다.
       
    앞선 선수들과 달리 정장을 입은 FIFA 관계자들이 먼저 메시의 동선을 살폈습니다. 메시는 방송사 인터뷰에 응했죠.
       
    이제 일반 취재진 구역을 지나갈 차례입니다. 저는 메시가 그냥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메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 인터뷰 중인 리오넬 메시.믹스트존에서 취재진 인터뷰 중인 리오넬 메시.메시는 믹스트존 신문, 통신사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질문에 답했죠.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내거나 감정이 격해진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되도록 침착하게 인터뷰했습니다.
       
    약 10분간 인터뷰를 한 뒤 메시는 걸음을 옮겼습니다. 취재진이 우르르 달려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했지만 잡을 수 없었죠.
       
    그런데 누군가가 믹스트존 바로 끝에서 메시를 불러 세웠습니다. 친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메시가 해당 기자를 보더니 멈춰섰습니다. 그리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더군요. 

    메시는 경직된 얼굴을 살짝 풀어주었습니다. 너무 부러웠습니다. 메시와 인증샷이라니. 그를 불러 세운 사람도 용감하지만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해준 메시가 더 놀라웠습니다.
       
    메시의 인터뷰는 스페인어였습니다. 아까 제 옆에 통역을 도와주는 자원 봉사자가 있다고 했죠? 저희는 녹음을 한 걸 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참고로 이분은 아랍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모로코 출신의 유능한 인재였죠. 그는 한국 취재진에게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믹스트존을 떠나기 전 인증샷을 찍어준 리오넬 메시.믹스트존을 떠나기 전 인증샷을 찍어준 리오넬 메시.정말 화가 난 점은 일본 취재진입니다.

    한국 취재진이 자원봉사자를 따로 불러 영어 번역을 듣는 순간 이들이 나타나 얌체처럼 녹음해 갑니다. 저희에게 묻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신들이 녹음한 자료도 아닌데 말이죠.

    최소한 양해라도 구해야죠. 너무 들이대기에 제가 좀 떨어지라고 했지만 듣지 않더군요.

    자원봉사자는 정말 애써줬습니다. 녹음 품질이 좋진 않았지만 몇 차례 다시 들으며 번역해 줬습니다.
       
    그가 저에게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저희 자원봉사자들은 선수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어요. 혹시 메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안 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제가 안 해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메일 주소를 받고 메일로 메시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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