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이란 축구 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69)이 독일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58)과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이란이 25일(현지 시각)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B조 조별 리그 웨일스와 2차전에서 2 대 0으로 이기자 "이란 대표팀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부심 등 심판들을 자주 조종한다"면서 "이게 그들의 문화"라고 지적했다. 클린스만은 영국 BBC의 월드컵 해설위원이자 7명으로 이뤄진 FIFA 기술연구그룹(TSG)에 속해 있지만 이란에 대한 비판의 구체적인 정황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케이로스 감독이 발끈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클린스만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이 공정성을 잃은 만큼 FIFA 기술연구그룹 직무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은 케이로스 감독에도 공격을 가했다. 클린스만은 "케이로스 감독 콜롬비아, 이집트에서 고전하다가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오랫동안 재직한 이란 감독으로 돌아왔다"면서 "이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며 이란 대표팀 문화의 일부이고,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대표팀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 출신 케이로스 감독은 2011~2019년 이란 대표팀을 이끌고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라이벌 한국과 경기에서 이른바 '주먹 감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9년 콜롬비아, 2021년 이집트 대표팀을 맡은 케이로스 감독은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계약 해지 후 지난 9월 이란 지뷔봉을 잡았다.
클린스만의 주장에 대해 케이로스 감독은 "나를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은 우월감에 바탕을 둔 전형적인 선입견으로 내 인격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받아쳤다. 이어 "내가 당신을 존중할지라도 이란 문화와 이란 대표팀, 우리 선수들에 관한 당신의 발언은 축구를 모독한 것"이라고 공격의 날을 세웠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웨일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을 헹가래 치며 기뻐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웨일스를 상대로 후반전 추가시간에만 2골을 넣으며 2-0으로 승리했다. 연합뉴스
또 케이로스 감독은 "우리는 당신을 우리의 훈련장으로 초대하고 싶다"면서 "이란 선수들과 대화하며 이란과 페르시아 문화를 배우고,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 들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이어 "다만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 훈련장에 오기 전에 FIFA 기술연구그룹 위원직은 사임하고 오길 바란다"고 비틀어 재차 비판했다.
이란은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 2 대 6 대패를 당했지만 웨일스를 꺾으며 기사회생했다. 1승 1패 승점 3의 이란은 잉글랜드(1승 1무·승점 4)에 이어 B조 2위다.
오는 30일 오전 4시 이란은 미국(2무·승점 2)과 16강 진출이 걸린 조별 리그 3차전을 벌인다. 이런 가운데 독일과 미국 이중 국적자인 클린스만이 이란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란 대표팀은 자국에서 벌어지는 인권 관련 반정부 시위로 어수선한 가운데 경기를 치르고 있다.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와 관련해 서방 언론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취재진과 설전을 벌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