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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민정수석실' 폐지, 득보다 실이 컸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가 출범 7개월을 앞두고 있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에 맞춰 용산시대, 도어스테핑, 민정수석실 폐지 등 새롭게 시도된 변화들이 있었다. 변화의 취지와 의도는 새로웠지만 변화의 그늘은 생각보다 깊고 어두웠다. CBS노컷뉴스는 윤석열 정부 출범 7개월을 맞아 변화된 네 가지를 중심으로 양과 음을 살펴보고자 한다.

    [尹정부 7개월, 새로운 변화의 양과 음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문제들의 절반 이상은 민정수석실 폐지 때문"
    "국가정보원도 힘이 약해지면서 경찰과 국세청 등에 부탁해 정보를 짜집기하는 실정"
    "지금 다시 부활하는 것은 이르다" "대통령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 강해"

    ▶ 글 싣는 순서
    ①'민정수석실' 폐지, 득보다 실이 컸다
    ②'국민과 가까이' 용산시대 초심 어디로…대통령실에 장벽이 생겼다
    ③'전략적 모호성' 버리고 선명한 '친미'로…新냉전구도 편입의 양과 음

    지난 8월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8월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문제들의 절반 이상은 민정수석실 폐지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여권관계자)
     "정책조율, 공직기강, 사정(査定)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비서관들은 용산에서 대통령 얼굴 자주 보니까 좋은가? 정부 부처는 제대로 안 돌아가는데" (정부관계자)
     "대선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문제점이 심각하면 국민들께 양해를 구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권관계자)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가장 먼저 챙긴 것은 '민정수석실 폐지'였다. 대선 승리 닷새 만에 대통령실인수위원회에 첫 출근해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보였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되기 전까지 청와대 하명 수사를 전담한 옛 '사직동팀(경찰청 형사국 조사과)'을 거론하며,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다. 민심을 청취해 국민과 대통령 사이를 좁히는 민정(民情)의 본래 의미가 국정원ㆍ검찰ㆍ경찰ㆍ국세청ㆍ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좌지우지하며 정적을 통제하는 것으로 변질됐다는 시각에서였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보면서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을 없애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서 권력을 이용해 불법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과거 민정수석실은 국가 사정권력의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권력을 헌법과 법 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저는 민정수석을 폐지해 사정 컨트롤타워 권한을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출범 7개월을 앞두고 정부 부처와 정치권, 심지어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민정수석실 폐지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사검증 기능이 법무부 인사검증단으로 옮겨졌지만 부실 인사 비판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해 대통령이 2급 이상(군인은 중장 이상)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해 신원조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통제를 위해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선 경찰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고,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보고 라인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방으로 산행을 떠났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관사 대신 대치동 집에 있었다. 서울청 112신고센터 류미진 상황관리관은 센터 대신 사무실에 있었고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용산서장은 "당일 밤 11시까지 급박한 상황을 몰랐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관가에서는 전반적으로 공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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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떠들썩하게 하진 않더라도 정치보복성이 아닌 사정 측면은 분명히 필요한데도 정부 부처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이미 문제되는 기관과 업체들에 대해 감사와 조사 등을 다 해버린 상태라 다시 정밀하게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수고가 드는데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부처가 알아서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지지부진했던 대장동 관련 검찰 수사도 윤 정부 출범 이후 수사팀 인사교체를 통해서야 탄력이 붙고 있다.

    다른 관계자도 "예를 들어 경찰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안 되는데 다른 사정 기관에서 보면 조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보를 통합적으로 보고 조율하고 지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 등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과거 민정수석실에서는 정확하고 내밀한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지시해 공무원들을 움직였는데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가정보원도 힘이 약해지면서 경찰과 국세청 등에 부탁해 정보를 짜집기하는 실정"이라며 "사정기관 간 정보 교류도 중요한데 전반적으로 정보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의 한 공무원은 "전 정부에서는 매일 아침 전화로 챙기고 지시했는데 이번 대통령실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너무 극과 극"이라며 "정부 부처에서 대통령실이 너무 일을 안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민정수석실의 기능이 막대한데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도 과중한데다 각 기관들의 업무를 조율하고 조정하려면 수석급은 되어야 하는데 비서관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민정수석실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 방점을 찍어 현장에선 많이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루라도 빨리 민정수석실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김대중 대통령도 출범 당시인 1997년 말 폐지했다가 1999년 6월 부활시켰다.

    사정기관의 또다른 관계자는 "다시 조직을 만들고 자리잡히기까지는 최소 일 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민정수석실을 다시 만들려면 빨리 부활시켜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실에는 컨트롤타워, 즉 정부부처의 군기반장 역할이 없고 나침반도 없다. 정보없이 국정 운영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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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은 여전히 확고하다. 참모들 사이에서도 인식이 공유돼 민정수석실 부활을 건의했지만 공약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다시 부활하는 것은 이르다"며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단점이 있다고 해서 공약을 후퇴시키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며 "현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 기능 보완을 위해 총리실에 고위공직자 비위 감찰 등 전담팀 신설을 구상중이다. 또한 지난 6월 국정원에 신원검증센터를 만들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검증 작업을 돕고 있다.  

    검찰 출신 여권 관계자도 "민정수석실 폐지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과의 절연(絶緣) 의지를 밝힌 것으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민정수석실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본인이 검찰 출신이라 검찰과 경찰을 꿰뚷고 있는데 굳이 대통령실 안에 검찰 출신들이 장악하던 민정수석실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폐지를 대통령과 검찰의 절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중량감 있는 인사를 기용해 사정기관 조율 등의 업무를 제대로 맡기는게 낫다"고 분석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당장은 힘들더라도 적당한 시기 조직 개편을 통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정수석실 부활이 어렵다면 민심을 청취해 전달하는 민정(民情)의 본래 기능이라도 수행할 수 있는 조직과 역할을 대통령실 내에 두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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