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상민. 어썸이엔티, tvN 제공언뜻 무뚝뚝하지만 사실은 속 깊고 따뜻한, 그리고 풋풋하게 설레는. tvN 토일드라마 '슈룹'의 성남대군을 보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성남대군을 연기한 배우 문상민에게도 '슈룹'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말 그대로 첫 TV 드라마에 사극. 그러나 문상민은 그 무엇도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아직 앳된 만 22세의 문상민은 스스로 '행동하는 스타일'이라고 정의한다. 실패할까봐 망설이기 보다는 일단 무조건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대역 없이 액션을 하다 남게 된 얼굴의 상처 역시 그런 문상민의 신념에 기반한다.
큰 키에 울림이 좋은 발성은 문상민을 순식간에 청춘 스타로 만들기 충분했다.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다섯 대군들 중 성남대군의 존재감이 독보적이었던 것처럼 문상민도 만만치 않은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성남대군 너머 '배우 문상민'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진 이유다.
문상민은 배우인 동시에 연기를 배우고 있는 대학생이기도 하다. 미숙한 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단 뜻이다. 사실 아직은 자신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가 낯설다. 그래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면서 '초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음은 배우 문상민과의 일문일답.
Q 첫 TV 드라마 데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종영 소감은A 일단 '슈룹'과 성남대군을 너무 많이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지금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제가 TV에 나오는 모습도 얼떨떨하다. 어떻게 보면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도 많고, 자리 잡았다고 하기에도 이른데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이다.
Q 첫 사극 도전이기도 했다. '발성이 좋다'는 호평도 많았는데 성남대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A 첫 사극이라 걱정을 많이 했고, 그래서 초반에 보면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이 보인다. 이후엔 편해지면서 성남대군과 녹아들었다. 성남대군과 배우 문상민이 같이 성장한 거 같다. 체력 관리를 꾸준히 했고, 작품 들어가기 전에도 쉬는 날이면 액션 스쿨에서 무술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붓 잡는 법, 대본에 나오는 한자들이나 사전에 공부를 많이 해서 역할에 이입했다.
'목소리가 좋다'는 인지는 이번부터 했다. 그 전까지는 증명할 자리도 없었고, 느끼지 못했다. 목소리를 살려보겠다고 뭘 했던 건 없는데 대본에 있어 뭘 말하고 싶은지, 뭘 얻고자 하는지 몰입하면서 했다. 그래서 아마 목소리 톤이 상황마다 달라졌던 거 같다.
배우 문상민. 어썸이엔티, tvN 제공Q 배우 김혜수, 김해숙, 최원영 등 연기파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A '슈룹' 선배님들이 롤모델이 됐다. 아무래도 많은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배우로서 작품을 임하는 자세, 마음, 책임감 그런 것들을 많이 배웠던 것 같다. 현장에서 프로페셔널한 모습,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 저도 나중에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현장을 그렇게 이끌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특히 저희 '어머니' 김혜수 선배님한테 정말 많이 배웠다. 연기적으로도, 성남대군 캐릭터 구축에도 선배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촬영하지 않을 때도 선배님과 같이 밥도 먹고 진짜 가족처럼 지냈다. 제가 생각하는 성남대군을 존중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임화령 캐릭터도 너무 멋있어서, 나중에 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도전해보고 싶다.
Q '슈룹'을 통해 성장한 지점은A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믿음을 얻었다. 완벽하다는 게 아니라 많은 경험을 토대로 배운 게 많다 보니 그 전보다는 자신감을 많이 채웠다. 원래 자기에게 박한 스타일이다.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그러는데 나아진 모습이 느껴질 때마다 성취감이 있었다.
Q 비하인드를 보면 다섯 대군들끼리 사이가 좋아 보이더라. '문화상품권민'이란 별명까지 생겼는데 유래가 궁금하다A 우리가 한자를 못쓰는데 보검군(김민기)이 '문화상품권민'이라고 쓴 게 뒤에 카메라에서 걸려서 그렇게 됐다. 원래 작품에 들어오기 전부터 보검군과 친하게 지냈고, 배드민턴 동호회도 같이 하는 사이다. 멤버는 우리 둘 뿐이다. (웃음) 워낙 친한데 장난기가 많고, 서로 장난도 많이 친다. 또래 배우들이라 에너지가 좋았고, 제가 항상 맏형이었는데 동생들이 잘 따라와줬다. 그런 '케미'가 방송에서 나온 것 같다. 제일 눈에 밟히는 동생은 무안대군 역의 (윤)상현이다. 본인을 안 챙기면 서운해 하는데 애정이 많고 완전 사랑둥이다. 밤에 전화 오고 그런다. (웃음)
배우 문상민. 어썸이엔티, tvN 제공Q 결국 세자빈이 되는 청하 역의 배우 오예주와 풋풋한 로맨스 호흡도 돋보였다A (오)예주가 동생이고 19살이다. 분위기나 이런 게 어색할 수 있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면서 친해졌다. 서로 편하게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살짝 그런 어색함이 있어서 풋풋한 커플 케미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Q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하다 장도에 얼굴을 맞아 피부가 찢어지는 등 부상을 입기도 했다. 꼭 본인이 직접 액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A 아무래도 성남대군의 마초적이면서도 시니컬한 매력이 그런 무예 설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거 같았고, 검술은 제가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부상은 정말 많이 연습을 해도 합이 안 맞아서 사고가 나는 그런 상황이었다. 감독님이야 늘 긴장 상태였고, 사고 당시엔 액션팀이 맞춰주려고 하는데 순간 종잡을 수 없더라. 그래도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Q 성남대군과 비슷한 면이 있다면A 도전하는 자세와 행동파? 다만 성남대군처럼 완벽한 남자는 아니지 않나 싶다. 실패가 두렵지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패에서 보완하면 성공할 수 있다. 뭐든 해보려고 하는 성격이다. 내성적이지는 않고, 되게 외향적이면서 대화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데 혼자 목적 없이 산책하거나 등산하는 것도 좋다. (웃음)
배우 문상민. 어썸이엔티, tvN 제공Q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재학 중인 걸로 안다. 대학 생활도 '인싸'(인사이더)라던데A 휴학해서 학교를 안 가니까 쓸쓸해서 가끔씩 간다. 친구들 얼굴도 보고, 친구들이 올리는 공연도 본다.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연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깊어지니까 '그만하자' 이러다가 또 반복한다. 오지랖이 넓고 친근하면서 참견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웃음) 연습하고 있으면 먹을 거 사갈까, 이러면서…. 내년에 복학 예정인데 아직은 (일정을) 잘 맞춰봐야 될 것 같다.
Q 그런 인연을 잘 이어가는 거 같다. 넷플릭스 '마이 네임'에 함께 출연한 한소희와 '슈룹' 본방(본방송)을 사수하기도 했다A '마이 네임'도 호흡이 짧았던 작품이 아니어서 (한)소희 누나와 스태프들, 이렇게 1년에 정기적으로 1~2번 만난다. 그 때 마침 '슈룹' 본방날이어서 같이 봤다. 소희 누나는 '이런 모습도 있었냐'면서 (저를) 귀여워하더라. (웃음)
Q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를 좋아한다는데 본인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도 궁금하다A 잠만보 같다. 잠에서 깨어나면 괴팍해지는 속성이 있다.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닌데 라면 먹고 잔 다음날 제 모습이랑 닮았다. (웃음) '최애'(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은 푸린과 탕구리다. 애니메이션은 '토이스토리'를 정말 좋아한다. '토이스토리' 중에서는 빌런(악당)으로 등장하는 빨간 곰(랏소 베어)이 '최애'다. (웃음)
배우 문상민. 어썸이엔티, tvN 제공Q 20대 초반이면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시기다. 시간이나 건강 관리도 쉽지 않겠다A 얼굴이 부었거나 살찐 거 같으면 바로 헬스장으로 간다. (웃음) 비타민은 최근에 먹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아예 영양제를 안 먹었다. 다음 스케줄 등이 있으면 가기 애매한 모임은 가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고, 잠을 푹 자는 거 같다.
Q 욕심나는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차기작도 귀띔해달라
A 아직 오디션을 보고 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연하남을 해보고 싶다. 뭔가 문상민의 솔직함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뭘 보여줘야 되는지 고민을 할수록 복잡해지더라. 그냥 내 나이에 맞게 문상민다운 모습을 보여드리면 사랑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최대한 제 자신을 사랑하면서 일하려고 노력한다.
Q 이제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신년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A 신년에는 커피를 줄였으면 좋겠다. 하루에 아메리카노 4~5잔을 마신다. 그리고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다. 아직 '문상민'이란 사람에 대해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은데 성남대군과는 또 다른, '문상민'의 정체성이 있는 역할을 만나고 싶다.
처음 스무살에 진짜 연기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그 마음과 열정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슈룹'에 임했던 자세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할 거다. 또 그런 자세와 마음으로 작품에 임해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