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최종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하자, 김 의장은 고성과 함께 주말까지 합의하라며 여야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김 의장 측은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시한도 성과 없이 흐르고 있는 만큼, 다음 주 초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의장 입장 뭐가 되나"…불편한 심경 내색
김진표 의장은 16일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정치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취약 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주말에 모든 준비를 갖춰서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19일)엔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여야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고성에 가까운 질타를 쏟아냈다.
김 의장은 지난 15일 '법인세 1%포인트 인하' 등을 담은 자신의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자 적지 않게 당황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의장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법인세를 1%포인트라도 낮춰야한다'라고 해서 이를 반영해 중재안을 만들었는데 거부하면 의장 입장이 뭐가 되겠나"라며 "국민의힘이 그렇게 자율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 같지가 않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라도 반드시 낮춰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의장은 법인세 인하 문제가 이미 정치적 명분 싸움으로 흘러버린 만큼, '인하 불가'를 고집하는 민주당과, '3%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을 절충해 인하 비율을 '1%포인트'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사실상 입장을 번복하면서 중재안 거부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힘 "연말까지 협상 가능" 의장실 "더 이상 못 끌어"
여야에 협상의 시간을 다시 준 김 의장에게 남은 건 이제 '언제까지 시한을 주느냐'다. 민주당은 다음 주 초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개문발차를 예고한 만큼, 김 의장 말대로 늦어도 오는 19~2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예산안 협상이 연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눈치다. 앞서 여야는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예산안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지난달 24일 출범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아직 제대로 된 회의 한번 하지 못한 형국이다. 국정조사 1차 조사 기간은 다음달 7일까지다.
이에 따라 김 의장도 얼마 남지 않은 국정조사 일정 등을 고려해 늦어도 다음 주 초 여야 합의안이든, 민주당이 단독으로 마련한 수정안이든 상정해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까지 무작정 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장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의장의 중재안을 걷어찬 만큼, 의장 입장에서도 그 명분을 활용해 예산정국을 매듭지으려면 다음 주 초까지는 예산안을 통과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자체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데 이전보다 부담감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6일 의장 주재 회동 직후 기자들 앞에서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협의해 너무 늦지 않게 빠르게 합의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김 의장이) 여야가 합의해서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 만큼, 여야가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부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