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황진환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정영학 녹취록부터 불법 정치자금 '그분' 폭로전까지 ②수사·재판 '키맨' 김만배…'허언 인정 여부' 재판 결과 가른다 (계속) |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는 물론 재판에서도 '키맨'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김 씨가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고, 수사와 재판에서 나온 주요 증언 대부분이 '김 씨가 그렇게 말했다', '김 씨가 말한 것을 들었다' 등의 전언(傳言)이어서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가 '사실 자신의 말은 다 허언이었다'라며 정관계 로비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결국 재판부가 김 씨의 '허언 주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대장동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게 됐다.
녹취에 담긴 김만배의 '로비 정황'…재판에선 "허언이었다"
30일 현재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재판은 크게 세 가지다. △뇌물과 배임 혐의를 받는 대장동 5인방(김만배·남욱·유동규·정민용·정영학) 재판 △이들로부터 아들을 통해 50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의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 재판 △남욱 변호사·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이다.
올해 초 재판을 이끌었던 핵심 증거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였다.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그리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대장동 사업 관련해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자료로 정관계 로비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앞서 CBS노컷뉴스가 단독 보도한 50억 클럽도 정영학 녹취에 담겼다.
2020. 04.04 정영학 녹취 中 김만배-정영학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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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 사람들 참 욕심 많아. 그렇지? 정영학 : 네
김만배 : A 아버지는 돈 달라고 그래. A 통해 정영학 : 그냥
김만배 : 며칠 전에도 '아버지가 뭘 달라고 하냐' 그러니깐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것인지' 그래서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전무보다 많으니까 3~4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응? 정영학 : 형님도 골치 아프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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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30 정영학 녹취 中 김만배-유동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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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 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되지, B(박영수 특검 딸)하고 곽상도는 유동규 : 그거는 그리 주면 되잖아요. 아들한테 배당으로
김만배 : 아들은 회사에서 막내인데 50억 원을 어떻게 가져가 유동규 :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곽 선생님도 변호사 아니에요? 지금 현역이잖아요. 그럼 정치자금법에 걸리면 문제가 될텐데…아들한테 주는 수 밖에 없어요. 아들이 그렇게 받아갔다고 그러면 나중에 아들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요
김만배 : 그것은 형이 이제 기술적으로 잘할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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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피고인들과 하나은행의 컨소시엄을 유지하는데 힘을 써준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6월 15일 재판에서 김만배 씨는 자신의 말은 다 허언이었다고 주장했다.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과 공통으로 부담하는 돈을 덜 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이어갔다고 한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김 씨가 50억 클럽을 말한 이유에 대해서 "김 씨는 '법조계 인맥 도움을 받았다고 거짓말해도 남 변호사나 정 회계사가 쉽게 넘어갔고, 이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도 없어서 공통비를 더 부담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실제로 돈을 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곽상도 전 의원도 김 씨의 주장을 토대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아들이 일을 해 받은 돈이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가 정영학 녹취에 담긴 내용, 그리고 김 씨의 허언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대장동 관련 재판의 첫 선고가 유력한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 사건은 내년 1월 25일 오후 2시에 선고가 이뤄진다.
유동규와 남욱은 폭로전, 김만배는 침묵…대장동 재판 어디로?
연합뉴스최근 구속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에서도 핵심 변수는 김만배 씨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이들의 재판은 내년 재판 중 이목이 쏠릴 가장 큰 재판 중 하나이다.
앞서 곽상도 재판이 '정영학 녹취 대(對) 김만배'의 구도였다면,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 연루된 재판에선 '유동규·남욱 대 김만배' 구도가 펼쳐졌다.
지난 10월과 11월 각각 석방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그 직후부터 폭로전에 들어갔다. 특히 폭로의 대부분이 이재명 대표를 직접 향한 말들이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선거 기간 때마다 이 대표 측에 돈을 건넸다고 말한 것에 이어 김만배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천화동인1호 지분의 상당수가 이 대표 측근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2. 12.09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피고인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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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 증인은 검찰 주신문 및 변호인 반대신문 당시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중) 37.4%가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워딩(말)했다고 했는데 맞나요? 남욱 : 네
검사 :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24.5%씩 나누기로 결론났다고도 진술했나요? 남욱 : 맞습니다
검사 : 증인은 2021년에 김만배 씨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 측 지분이 24.5%로 확정됐고, 이 시장 측 지분에 정진상, 김용이 포함됐다고 들었나요? 남욱 : 네. 저쪽이란 표현을 쓰면서 24.5%로 최종 합의했고, 그 이후 금액에 대해 정리하면서 최종적으로 428억 원이라고 설명해줘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검사 : 증인은 이 시장 측 지분에 누가 포함됐다고 알고 있나요? 남욱 : 이재명, 정진상, 김용 그 다음에 유동규는 모르겠습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유동규까지 포함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검사 : 증인은 2014년 6월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당시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통해서 선거자금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답변했는데 조달한 이유가 뭡니까? 남욱 : 이재명 시장이 재선되면 지속적으로 제가 진행하는 사업이 일관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선거 자금을 지원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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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의 증언 대부분은 '김만배 씨한테 전해 들었다'는 식의 전언인 상황이다. 김 씨 측은 이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김 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 변호사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동시에 이재명 대표를 지원 사격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022. 12.05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피고인 공판 中 |
김만배 측 : 증인은 유동규에게 전달된 돈이 이재명 시장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죠? 남욱 :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김만배 측 : 유동규가 전달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모르죠? 남욱 : 네
김만배 측 : 김만배가 20억 원 가운데 일부는 사업 자금에 사용한다고 하고, 또 정진상, 김용에게도 전달하겠다고 한 것을 증인이 들었지만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확인 못했다고 했죠? 남욱 : 네
김만배 측 : 김만배가 정진상, 김용에게 언제 어디서 전달했다고 한 적 있어요? 남욱 : 구체적으로 얼마를 언제 줬다는 사실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
2022. 12.9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피고인 공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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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측 : 증인은 소문이나 추측에 불과한 진술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남욱 : 이 법정에서 한 진술은 김만배 씨한테 들은 얘기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만배 측 : 오늘 증언 취지를 모아보면 김만배와 남욱, 정영학 3명이 2015년 2월에 모여서 (천화동인1호 지분) 49% 중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죠? 남욱 : 네
김만배 측 : 3명이 만난 것인데 3명 중 정영학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 것 기억나죠? 김만배도 그런 적이 없다는데 유일하게 3명 중 증인만 기억하네요? 남욱 : 말씀하신 분이 제일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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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년 1월부터 다시 본격화될 대장동 관련 재판은 김만배 씨의 입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은 김 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 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김 씨는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김 씨가 치료를 받은 뒤 전날 퇴원한 가운데 대장동 관련 재판은 1월 중순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근무했던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시작으로 재개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