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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과 폼페이오, 어디까지 진실?…한반도 문제 입맛대로 기술



국방/외교

    볼턴과 폼페이오, 어디까지 진실?…한반도 문제 입맛대로 기술

    폼페이오 회고록 "北, 중국 불신하고 주한미군 용인" 뜻밖의 언급
    文정부 대북굴종, 北은 중국 영향력…주관적, 모순적 주장도 있어
    하노이 노딜 이유도 논란 여지…영변 포기 대가로 완전 제재해제?

    연합뉴스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회고록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용인론과 함께 중국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표출했다고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북한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명줄이라는 통념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언급은 2000년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회고록에도 나온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2년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의 워싱턴 방문 때도 제기됐다. 미국이 수교를 해주면 통일 후에도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중국을 염두에 둔 얘기다.
     

    폼페이오 회고록 "北, 중국 불신하고 주한미군 용인" 뜻밖의 언급

     
    따지고 보면, 북한이 중국을 혐오한다는 것은 객관적 시각을 갖춘 전문가들에게는 정설과 다름없는 얘기였다. 보수 성향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북‧중 갈등은 뿌리가 매우 깊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 도움 되는 것은 별로 없지만 막대한 해를 끼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선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북한도 중국에 계속 뻗대면서도 지원을 받아내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대화, 협력하면서 나름대로 관계를 관리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상호 불신, 능멸, 혐오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솔직한 중국관을 보여주는 단적인 표현이 '일본은 100년의 적, 중국은 1000년의 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폼페이오 회고록은 상식처럼 여겨지는 '순망치한'의 북중동맹에 대한 시각을 바꾼다는 점에서 작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만하다.
     
    그로 인해, 한반도 평화체제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크게 약화된다. 오히려 그 반대로, 북한을 한미동맹에 끌어들이자는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담대한 외교적 상상력과 논리적으로 연결된다.
     

    文정부 대북굴종, 北은 중국 영향력…주관적, 모순적 주장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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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폼페이오 회고록에는 이처럼 다각도로 일치되는 내용도 있지만, 주관적이고 심지어 모순적인 언급도 등장한다. 이는 2020년 6월 발간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국가안보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은 여러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북한에 대한 경멸적 시각이란 공통점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회고록은 "한국은 끝없이 당근만 강조하고 채찍은 없었다"며 북한에 대한 저자세를 비판했다. 또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3자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불청객에 가까웠다는 식으로 폄하했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 자신에게 전화해 3자회동에 끼길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위한 시간도, 존경심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는 볼턴 회고록과도 대체로 일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폼페이오와 달리 볼턴은 문 대통령이 그런 '수모'를 무릅써가며 트럼프 대통령을 끝내 설득해내는 우여곡절까지도 기술했다. 폼페이오는 문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무시 당한 측면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몰라도, 볼턴은 한국이 한반도의 운전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언한 셈이다.
     

    하노이 노딜 이유도 논란 여지…영변 포기 대가로 완전 제재해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10월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장관과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10월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장관과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2018년 북미 싱가포르 합의가 삐걱댄 이유가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폼페이오의 회고는 자기 모순적이다. 그는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합의를 위한 재량(leeway)을 거의 주지 않았다"며 중국이 마치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주장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외치며 적대적 불신감을 드러냈다고 한 자신의 회고를 스스로 부정하는 대목이다. 물론 중국에 대한 불신과 중국 영향력의 실체는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심 이익에 관한 한 철저히 비타협적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폼페이오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원인을 주로 북한 탓으로 돌린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미국은 남한의 대북투자 일부 허용을 생각한 반면 북한은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과욕을 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4개의 대북제재 가운데 민수 분야에만 요구조건을 한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볼턴은 하노이 노딜 이유에 대해 자신을 비롯한 백악관 참모들의 막판 방해공작과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증언했다. 이 역시 폼페이오의 회고와 다른 내용이다.
     
    볼턴은 스티븐 비건 당시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작성한 하노이 회담 협상안 초안이 북한에 유리하게 작성돼 있기에 폐기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비건 대표로부터 "나는 최선희 부상의 지시를 받는 사람이 아니며, 볼턴 전 보좌관으로부터도 지시를 받지 않는다"는 반박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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