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의원. 연합뉴스검찰이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뿐 아니라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로 있던 시절에도 경기도와 쌍방울이 추진한 대북 사업에 전방위로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쌍방울로부터 뇌물과 정치자금 3억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던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평화부지사로 경기도의 대북 업무를 총괄했다. 이후 2020년 9월 킨텍스 대표로 임명돼 일하다가, 지난해 경기도·쌍방울 대북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의원은 킨텍스 대표 시절에도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촉직 위원으로 일하며 대북 업무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대북 사업을 논의해 결정하는 의결 기구로 남북협력기금의 사용처와 주요 사업 심의 등을 한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학계, 유관기관, 전문가 등 20~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전 의원은 평화부지사 재임 시절에는 경기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해 위원회 업무 전반을 주도했다가, 2020년 5월부터는 자신이 설립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고문 신분으로 위촉직 위원을 맡았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평화부지사 시절 처음으로 개최한 'DMZ 평화포럼'을 주목하고 있다. DMZ 포럼은 2019년 5월 이 전 의원 전결로 승인된 후 그해 9월 처음으로 열렸다.
이후 이듬해와 그 다음해에도 연달아 행사가 개최됐는데 2020년에는 이 전 의원이 고문으로 있던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포럼 관련 기관으로 추가됐고, 2021년에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아예 행사 주최사가 됐다.
박종민 기자검찰은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이 전 의원이 평화부지사를 사임한 뒤 킨텍스 대표로 일할 때에도 경기도가 추진한 주요 대북 관련 업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2021년 5월 킨텍스에서 DMZ 포럼을 열면서, 동시에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북 사업을 공동 대응하는 정책 협의체로, 경기도를 중심으로 61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직접 참여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DMZ 포럼 주최자로 나선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 광물자원 개발포럼을 개최하는 등 남북 광물자원 협력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동북아협회 설립자인 이 전 의원은 쌍방울 고문이던 2015년부터 법인카드를 사용하다가 2018년 7월 평화부지사 임명 후 다른 명의 카드를 받아 매달 수백만 원씩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킨텍스 대표를 지내면서도 쌍방울 법인카드를 쓴 혐의도 있다.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쌍방울은 2019년 5월 중국에서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를 직접 만나 희토류 채굴권 등 사업 우선권을 받는 경협 합의를 맺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쌍방울은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비용(500만 달러)과 이 대표의 방북 추진 비용(300만 달러) 등을 북측에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8~2019년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이 영향을 미쳤고, 2020년 킨텍스 대표로 옮긴 뒤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의심한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은 킨텍스 대표 취임 후 호텔과 태양광 시설 건립 등을 추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쌍방울은 대북 사업의 연장선에서 킨텍스가 추진한 이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이 전 의원의 조력을 받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해외 도피 중 검거돼 송환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을 상대로도 이런 대북 사업 추진 정황 등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또 경기도와 쌍방울이 서로 공조하며 추진한 대북 사업 전반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던 이 대표의 인지 및 개입 여부에 관한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이르면 오는 3일 구속기소한 뒤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