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사흘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24)씨가 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한겨울에 2살 아들을 사흘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경찰에 구속됐다.
법원 "도주 우려 있어"…피의자 "아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4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24)씨를 구속했다. 봉지수 인천지법 영장당직 판사는 이날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A씨는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미안하다"고 답했다. 이어 "사흘 동안 집을 비우면 아이가 잘못될 거란 생각을 못 했느냐.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밥 준 게 언제냐"거나 "아이를 살해할 의도로 방치했느냐"는 물음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아들 B군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집에서 나가 2일 오전 2시에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도시가스·수도 요금 연체 등 생활고
A씨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B군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그는 사망한 아들을 발견하고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는 사람이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해서 돈을 벌러 갔다 왔다"며 "처음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이 많이 늦게 끝났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하지 못했다"며 "집을 나갈 때 보일러 온도를 최대한 높여 놨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해 여름 무렵 남편과 별거한 뒤 B군과 함께 다른 동네로 이사해 생활했다. A씨는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간간이 택배 상하차 업무 등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남편으로부터 1주일에 5만~10만원가량을 생활비로 받았으나 최근까지도 수도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A(24·여)씨와 숨진 아들 B(2)군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 앞에 유모차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국과수, "2살 아들, 굶어서 사망했을 가능성 있어"
B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했다.
국과수는 또 "피해자의 신체에서 외력에 의한 상처와 골절 등 치명상이나 특이손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기저질환이나 화학·약물과 관련한 가능성 등 정밀검사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군의 최종 부검 결과는 3개월가량 지난 뒤 나올 전망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1차 구두소견을 토대로 B군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