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연합뉴스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연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으나 역시 문 정부에서 임명돼 우군이었던 권익위 사무처장까지 떠나면서 행보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권익위에 따르면 안성욱 사무처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20일부터 연가를 낸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안 사무처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권익위 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무직은 전현희 위원장만 남게 된다.
권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3명 등 정무직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 위원장과 안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김태규 고충·민원담당 부위원장과 정승윤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불편한 동거'를 해왔다.
이들 정무직 4인이 주 1회 주기적으로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하던 차담회도 올해 들어서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군이었던 안 사무처장까지 떠남에 따라 오는 6월말까지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밝혀온 전 위원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의 표명한 안성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연합뉴스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에 걸쳐 업무보고를 했으나 대면보고를 하지 못했고 국무회의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정무직으로서 가장 아쉽고 후회스러운 점과 가장 보람 있는 점을 말해달라'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질의에 "(윤석열) 정권에서 (권익위를) 의도적으로 배제를 하고 국민들과 소통을 하시기를 거부하셔서 기관장으로서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에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권익위 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임기를 지킴으로써 국민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이 주도한 작년도 정부업무평가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최하 등급인 C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평가"라며 날을 세웠다.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권익위, 방송통신위원회, 이 정부에서 폐지하려고 하는 여성가족부가 사실상 가장 꼴찌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의도가 있는 평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조실이 권익위에 C등급을 주고 보낸 근거 자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권익위에 전담 인력 부족으로 법령해석, 홍보 등을 추진할 인원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접 면담해 조직을 충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권익위 간부, 실무자들도 20차례 이상 행안부와 접촉해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안부는 전담 인력을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고, 결국 권익위가 내부 인력을 충원해 5명의 태스크포스(TF) 임시 조직으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며 "인력을 주지 않은 행안부가 C등급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앞서 지난 16일에는 "감사원이 권익위원장 관사의 100여만 원 남짓한 수도 동파 비용을 횡령 의혹으로 탈탈 털었다"며 1억 4천만원에 달한 최재해 감사원장 관사의 호화 개보수 문제의 적법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 위원장과 현 정부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계속 불거지는 이슈에 대해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작년 5월부터 시작돼 감사원 감사까지 거치면서 익숙한 일이 됐다"며 "권익위의 일상적 업무는 내부 혼란이나 동요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