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제가 컨트롤할 정도였어요."
어느덧 프로 3년 차. 지난해 울산 현대의 우승을 잠시 미루는 '동해안 더비' 극장 동점골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2년 동안 딱히 내세울 기록은 없었다. 루키 시즌 15경기 2골, 2022년 16경기 1골이 전부. 기록의 주인공은 성남FC 이기형 감독의 아들로 더 유명한 이호재(포항 스틸러스)다.
이호재는 이를 악물었다. 더는 22세 이하 자원도 아니었다. 발목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도 훈련에 매진했다. 체중도 3㎏을 감량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이 말릴 정도로 동계훈련 내내 땀을 흘렸다.
결과는 경기력으로 나왔다.
이호재는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라운드 대구FC와 홈 경기에서 1대2로 뒤진 후반 막판 멀티골을 폭발했다. 포항은 대구에 3대2 역전승을 거두면서 2023년 스타트를 기분 좋게 끊었다.
이호재는 1대2로 뒤진 후반 32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7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김승대의 패스를 골로 연결했다. 후반 45분에는 과감한 중거리포로 역전 결승골까지 만들었다.
김기동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면서 홍보팀 직원과 이야기를 했는데 올해는 조금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준비 과정이 예전과 달랐다"면서 "1차 전지훈련 때부터 훈련 태도가 달랐다. 발목이 붓고, 뼛조각이 6개가 돌아다니는데 훈련을 하겠다고 했다. 내가 컨트롤할 정도였다. 올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훈련을 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호재는 "22세 이하 출전도 끝났고, 프로 3년 차이기에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동계훈련에도 최선을 다해 임했고, 아파도 절대 훈련에 안 빠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했다"면서 "베트남 전지훈련에서 다쳤는데 뼛조각이 살짝 나온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내가 쉬면 다른 선수가 내 자리를 차지하기에 치료를 병행하면서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실히 3㎏을 감랑하면서 방향 전환 등에서 더 가벼워졌다"고 덧붙였다.
프로 데뷔 후 처음 맛본 멀티골이다. 김기동 감독도 "교체 후 골까지 넣었으니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좋은 활약을 해줘야 팀도 좋으니 기대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호재도 자신의 골로 팀이 승리했다는 것에 기뻐했다.
이호재는 "교체로 들어가서 주어진 시간에 2골을 넣어 팀이 개막전을 이겼다는 것이 기쁘다. (두 번째 골은) 앞세 수비수가 없어서 공격수로서 무조건 때려야 하는 찬스라 자신있게 때렸다. 잘 맞았는데 운이 좋게 수비수 맞고 들어갔다"면서 "공격수로서 2골을 넣었고, 역전승이고, 승리를 해 더 기쁜 것 같다. (첫 골은) 김승대 형이 때릴 수 있는 찬스였는데 눈이 마주쳤다. 훈련 때도 무조건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좋게 줘서 골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이제 목표는 선발 출전이다. 조커에서 선발로 한 계단 올라서기 위해서는 김기동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호재는 "선수라면 선발 출전에 대한 욕심이 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선발까지 기려면 감독님께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믿음을 더 받아야 한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선발로 기용될 거라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다. 이기형 감독과 이호재 모두 동계훈련 기간 서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부자의 정은 감출 수 없었다.
이호재는 "전화를 하면 당연히 '수고했다, 잘했다'고 하실 것 같다. 수요일(3월1일)에 아버지 경기가 있는데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감독이기에 하고 싶은 축구가 있을 것이다. 후회 없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질문이 들어왔는데 '대답 안 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