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대응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11일)를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위험에 적극 대응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10일 오전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적극 저지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쓰나미 이후 후쿠시마 원전 부지의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올 봄에 방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지만,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하므로 오염수에 깨끗한 물을 섞어 농도를 낮춘 뒤 방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앞서 지난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여전히 거세지만 오염수 방류를 국가 수장으로서 스스로 결정하겠다"라며 방류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는 "후쿠시마 어민들과 일본 국민들 대다수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고, 주변국 반대도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자신이 오염수 방류를 허가하겠다고 하는 것이 (기시다 총리는)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시민사회는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한다는 것은 인류에 대한 일종의 핵 테러에 가깝다"며 "16, 17일 기시다 총리의 초청을 받아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 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육상에 장기 보관하는 등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일본 정부가 가장 '값싼 선택'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대응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활동처장은 "일본 정부조차도 5가지 방법을 고려했는데, 그중 가장 저렴한 방법 선택했다"며 "지하 매립 방식 비용은 2조 4천억 원이 들 것으로 평가했지만, 해안 방출 방식은 340억 원이 들 것으로 평가됐다. 약 70배 차이 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처장은 "해안 방류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피해를 주고, 바다로 간 오염물질은 회수할 방법이 없어 문제가 생겨도 수습할 수 없다"며 "환경보호를 위해 사전 배려 원칙을 고려해야 하고, 해안 방류는 오염수 처리 방법 중 가장 피해야 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주 연구원이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바다에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인류의 먹거리,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라면 우리 국민과 미래, 어민과 수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대응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가면을 쓴 자가 핵폐기물을 상징하는 노란 드럼통 모형에서 오염수를 방류하고,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윤석열 대통령이 먹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714개 시민단체와 개인 96명이 연명에 동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단체 회원들은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장기 보관을 요구하라는 항의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