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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부산

    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편집자 주

    초저출생 문제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곤두박질 쳐 서울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이에 부산CBS는 부산시 등 각계와 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부산캠프'를 구성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범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CBS는 생명돌봄 운동의 일환으로 출생과 양육의 기쁨을 누리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좋은 본보기들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먼저 늦둥이 4명까지 모두 '8남매'를 낳고 기르며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고 있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전한다.

    ['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①]
    늦둥이 4명까지 8남매…육아 시간 행복할뿐 아니라 인생에도 도움
    8남매 서로 가장 친한 친구…큰 아이들 시간 내 동생들과 놀러나가
    아이들 직접 가르치려 46살에 영어공부 시작…학생 수십명으로 늘어
    개성만점 8남매라 가족들 심심할 틈 없어

    8남매 가족은 식구가 워낙 많다 보니 모두가 시간을 맞춰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김영진씨 제공8남매 가족은 식구가 워낙 많다 보니 모두가 시간을 맞춰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김영진씨 제공
    ▶글 싣는 순서
    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계속)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본 적 있어?"

    김명신(54·여)씨는 첫 아이를 낳은 후 품에 안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명신씨는 세상 무엇보다 귀한 다이아몬드가 하나도 둘도 아닌 무려 여덟이나 있다.
     
    부산에서 4남 4녀, 무려 8남매를 낳고 대가족을 이룬 김명신씨와 김영진(55·남)씨 부부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자녀들의 결혼과 해외연수로 한지붕에 사는 식구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개성만점 아이들 덕분에 북적북적 웃음이 넘친다.

    부부를 만나기로 한 전날 밤에 영진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섯째 하민이(13)가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이가 빠지는 바람에 약속한 시간에 인터뷰가 어렵다겠는 것.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휴대전화 너머 웃음 가득한 영진씨의 목소리는 평온 그 자체였다. 이것이 8남매 아버지의 보통 일상일까.

    "아이가 주는 기쁨 크지만 내 삶에도 유익해"

    여덟 남매를 낳아 키운 김명신(54)·김영진(55)씨 부부. 정혜린 기자여덟 남매를 낳아 키운 김명신(54)·김영진(55)씨 부부. 정혜린 기자
    8남매 아버지인 김영진씨는 부산의 한 작은 교회 목사다. 아내 김명신씨는 몇 년 전부터 영어 교습소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대가족을 이룬 것은 아니다. 명신씨는 "친정이 오남매여서 그래도 아이 셋은 낳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하나님이 주시는데 어떻게 안 낳냐'는 남편의 말에 설득돼 결혼 6년 만에 아이 넷을 낳았다"며 "임신과 출산으로 6년을 보내니 더는 못하겠어서 넷째를 낳은 후 9년 동안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신씨는 마흔을 앞둔 시점에 자녀 9명을 키우는 한 목사님 가정을 만난 뒤, '가능할 때 아이를 더 낳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늦둥이 4명을 더 만나 지금의 8남매가 완성됐다. 명신씨가 49살에 낳은 막내 하온이는 올해 6살이 됐다.
     
    명신씨는 8남매를 키우는 시간이 큰 기쁨과 행복을 줄 뿐 아니라 인생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녀를 키움으로써 구원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며 "아이를 한 명 낳고 키울 때마다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서 내가 사는 세상이 넓어졌는데, 이는 학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은 가장 든든한 내 편이자 제일 친한 친구

    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면 언제나 대화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김영진씨 제공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면 언제나 대화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김영진씨 제공
    이미 성인인 첫째부터 넷째와 한창 열심히 자라고 있는 늦둥이들은 나이차를 뛰어 넘어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다. 터울이 크다보니 큰 아이들이 동생들을 부모처럼 키웠을 거라는 오해가 있지만, 아이들은 남매로서 즐겁게 함께 놀 뿐이라는 게 명신 씨 부부의 설명이다.
     
    남편 영진씨는 "큰 아이들은 공부와 일로 바쁘기도 해서 부모처럼 키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며 "아이 양육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직장과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휴일에는 반드시 하루씩 시간을 내 동생들과 '8남매 데이'를 보낸다. 늦둥이들이 놀이공원, 키즈카페 가고 싶다며 의견을 내면, 직접 일정을 짜서 다녀 오는 날이다. 부모님이 평소에 건강을 이유로 못 먹게 하는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아내 명신씨는 "아이들이 외로울 틈이 없다. 부모가 다 해줄 수 없는 영역까지 자기들끼리 친구가 되어서 채워준다"며 "우리 아이들은 집에 들어왔는데 한두 명 없으면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라고 허전해한다. 그것도 다른 가족보다 훨씬 더 많은 건데"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가족'에서 자란 자녀도 대가족을 이루길 꿈꾼다. 결혼 전부터 "아이 넷 정도는 낳고 싶다"던 셋째 하선씨는 2019년에 결혼한 뒤, 벌써 아이가 2명이다. 할아버지가 된 영진씨는 "아마 금방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출산·육아, 여성에게 제한·포기 의미 아냐"

    아내 명신씨는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쳐주려고 46살에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보증금 500에 월세 20만원을 주고 얻은 작은 방 한 칸에 영어 교습소도 열었다. 영어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았더니, 남매들로만 시작한 교습소는 학생이 37명으로 늘었다.

    명신씨에게 아이 여덟을 키운 세월은 공백이 아닌, '역량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제각각 개성 강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을 다루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현재 명신씨는 고등학생 교습 과정을 새로 준비하며 새벽까지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스스로 '미쳐있다'고 표현할 만큼 일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명신씨는 "아이를 낳고 키운다고 해서 나의 모든 걸 다 헌신하고, 다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이 늘어난다"며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엄청난 경험이 이해하는 경지를 넓혀주고 큰 재산으로 남아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결혼한 셋째딸 하선씨의 딸 돌잔치 당시 가족사진. 김영진씨 제공2019년 결혼한 셋째딸 하선씨의 딸 돌잔치 당시 가족사진. 김영진씨 제공

    매일매일 다채로운 즐거움…심심할 틈 없는 8남매네

    8남매 집에서는 지난달 늦둥이들의 봄방학을 맞이해 '봄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영진씨가 방학동안 아이들의 스마트폰과 유튜브 시청을 줄이자고 제안했더니, 다섯째 하진이가 "그럼 재미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적어내면, 아빠 영진씨가 실행에 옮겼다. 이 프로젝트로 다섯째 하진이는 인생 첫 스키 강습에 나서 '중급코스'까지 정복했다. 이 밖에 홍게 무한리필집에서 게를 실컷 먹는가 하면, 롤러스케이트나 실내 클라이밍 등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봄방학을 보냈다.

    이 집은 자정이 다가오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사업이나 학업으로 바쁜 첫째, 둘째 딸이 들어오면 집은 다시 활기가 돈다. 딸들은 가장 먼저 아빠를 찾는다. 영진씨를 붙잡고 하루 동안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경험한 일을 미주알고주알 쏟아내기 시작한다.

    영진씨는 "시간이 늦어져도 '아니야 아빠, 이건 꼭 들어야 해'라며 이어지는 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며 "딸들과 수다 떨고 야식 먹고 하면 에너지가 넘치고, 시간이 역동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명신씨는 고민도 없이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대답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삶이야 말로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명신 씨는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 그게 정말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 재밌고 행복한 생활을 꼭 직접 느껴보시고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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