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가 단체 활동 용도 등으로 사용해 온 시설이 위치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의 한 상가건물. 박창주 기자 최근 이단 신천지가 경기 과천시 도심에서 예배공간으로 불법 사용해 온 일부 부동산에 대해 용도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와 교계 등 과천 지역사회는 합법적인 종교시설로 만들어 "공격적 활동을 하려는 포석"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끊임없는 '용도변경' 시도…과천시는 번번이 '불허'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천지는 과천 도심인 별양동 내 집회장으로 사용해 온 상가건물 9층의 용도를 '문화 및 집회시설'에서 '종교시설'로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과천시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으로 이달 13일 신천지는 시에 용도변경 신청서를 정식 제출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면 용도변경 신청된 층은 신천지 소유로, 면적은 축구장 절반 규모인 3380여㎡다.
이곳은 신천지 신도들이 단체 활동하는 주요 거점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예배당'으로 사용해 온 셈이다. 평일인 전날 이 건물 9층 출입문은 굳게 닫혔고, 벽에는 '신발들은 예배 중 따로 보관했다가 인증 한 시간 후에 돌려드릴 예정'이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신천지 예배당으로 알려진 9층의 한 출입문 옆에 '신발들은 예배 중 따로 보관했다가 인증 한 시간 후에 돌려드릴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이는 해당 시설의 용도에 맞지 않는 '불법' 행위로, 시는 이행강제금 부과와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는 등 강경 조치를 해왔다. 올해 1월에도 시는 '종교단체 관련 행사도 종교를 유지하기 위한 '종교활동'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시설용도에 어긋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공문을 신천지 측에 보냈다.
그럼에도 신천지가 용도변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합법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천지의 용도변경 신청은 2010년 부동산 소유권 취득 직후부터 지금까지 모두 3차례다.
하지만 시는 각종 사회적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이단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감과 집단민원 등을 이유로 용도변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천시청 관계자는 "과거에도 신천지 건물에 대한 용도변경 신청은 꾸준히 있었다"며 "지역사회의 반감이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불허가를 통보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공격적 활동 우려…건축 조례에도 위배"
지난 1월 과천시가 신천지 측에 보낸 공문. 시설용도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과천시청 제공신천지의 용도변경 신청이 거듭되자 지역사회에서는 "본격적인 활동 개시"라며 거센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신천지 활동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기독교계,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신천지대책 과천시 범시민연대'는 "종교집회시설로 공격적 활동을 하게 되면 과천시에 미칠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JMS 사태로 이단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면서, 과천을 근거지로 둔 신천지가 용도변경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과도한 인원이 건물의 특정 층에 몰려 예배를 진행하는 용도로 바뀔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2020년 3월 개정된 '과천시 건축 조례'를 근거로 들었다. 안전관리가 취약한 다중이용시설의 용도변경 시 위원회 '심의'와 '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당시 류종우(더불어민주당) 과천시의원은 "3천여 명이 9~10층에서 동시 예배해 2㎡마다 1명꼴로 밀집한 상태"라며 "피난계단이 3개 밖에 없어, 비상 시 1개 계단에 1천여 명이 몰려 인명피해가 불가피한 구조"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시민 다수의 거부감은 물론, 안전문제도 용도변경 심사에서 주요 검토 사항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게 범시민연대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범시민연대는 '○○○ 9층을 종교집회시설로 용도변경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과천시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 등의 요구사항을 담아 시민 서명부와 함께 진정서를 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일각에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과천지역 모든 출마자들(도의원 제외)이 과천시기독교연합회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신천지에 유리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데다, 신계용 과천시장도 이단에 대해 강력 대응을 공약한 만큼 용도변경이 불허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범시민연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을 통해 고발되고 있는 이단들의 반인륜적 행태에 많은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과천시 한복판에서 신천지가 활개칠 것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시가 세밀한 법률 검토로 용도변경을 불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오는 19~29일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해 31일 시청에 민원 접수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한 신 시장의 입장 발표도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천지, 공식 입장 표명은 아직 '無'
해당 건물의 8층에서 9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천국으로 가는 발걸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이에 대해 신천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천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담당자가 전화를 드릴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흘째 지난 이날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한편, 과천시 도심에는 예배당 외에도 신천지 소유의 다수 부동산이 위치해 있다. 별양동 상업지구에만 건물 내 소유주가 '신천지예수교회'인 공간은 최소 20곳으로, 총 면적은 1만 570㎡로 파악됐다. 신천지 본부와 총회 사무실, 교육장, 숙소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신천지 연루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과천시의원 A씨가 지난해 12월 의정 연설에서 원도심 활성화를 앞세워 이 구역 건물 6곳의 '층수 제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해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천지가 건물 6곳 중 4곳의 지분을 소유해 특혜 시비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신천지 의혹 당사자가 공식 의정발언하는 게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1984년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이 창설한 이단 신천지는 폭력 혐의와 정치권 개입, 신도 착취 등의 문제를 일으켜 왔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이단인 JMS의 성범죄 이슈가 확산된 가운데, 신천지에서도 한 간부의 여신도 성폭행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