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이 야당 위원들의 컴퓨터에 부착된 피켓 제거를 요구하며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아 파행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더불어민주당의 '태극기 피켓' 게재에 여당이 반발하면서 파행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17일 오전 국방위 전체회의 개의에 앞서 자신의 노트북에 태극기 그림과 함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걸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와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의 진행을 위해 피켓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 한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거듭 설전을 이어갔고 끝내 민주당 의원들도 오전 10시40분쯤 회의장을 나가면서 국방위는 개의하지 못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국회법 제145조에는 위원회 회의장에서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위원장이 경고나 제재할 수 있다"며 "피켓 문제 때문에 여당이 입장하지 않겠다고 한다. 피켓을 제거해주시면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기호 위원장이 야당 위원들의 컴퓨터에 부착된 피켓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회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이 회의장을 어지럽힌 것"이라며 피켓 제거를 거부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판했다. 또 "문구는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이다. 이걸 붙였다고 회의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에 "제 기억으로 작년 국정감사에서 피켓 때문에 상당 기간 국감이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지금은 진행해달라는 게 무리고 내로남불 아니냐. 먼저는 못하게 하고 지금은 하자고 하면 맞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민주당 의원 일동은 이런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우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고자 태극기를 부착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위 개의를 포기한 국민의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오후에라도 국방위를 개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피켓을 떼지 않겠다고 밝혀 오후 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방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국방부와 병무청,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을 계획이었다. 회의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이 출석해 전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보고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