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층 승강기 교체 공사 모습. 독자 제공 "승강기 두 대 중 한 대를 공사하면 하나는 전층 운행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 달간 홀수층 주민들은 계단을 이용하라니요."
전남 순천시 해룡면 한 아파트 홀수층에 사는 40대 김모 씨는 집에 갈 때마다 승강기를 타고 짝수층에서 내린 다음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홀수층 승강기 공사로 김 씨가 사는 층에는 승강기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무거운 짐이라도 있을 때면 집에 가기 전부터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 했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픈 사람들은 스스로 조심해서 다니고,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답변뿐이었다"며 김 씨는 입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아파트 측에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민 60대 양모 씨도 한숨을 내쉬는 건 마찬가지다.
무릎이 좋지 않다는 양 씨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것이 힘들다.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해서라도 미리 대책을 세워놓고 공사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총 558세대가 4개동에 거주하는 해당 아파트는 최고층이 15층으로,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세대가 많지만 공사 기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홀수층 승강기 교체 공사에 대한 아파트 공지문. 독자 제공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게시한 '승강기 교체공사 입주민 사전준비 및 당부사항 안내'에 따르면 '홀수층에 거주하시는 세대는 아래층 또는 윗층으로 이용해 짝수층 승강기를 이용해야 한다', '어린이, 노약자, 환자분, 거동이 불편하신 분은 미리 계획을 세워서 주시고 계단을 이동 하실 때는 반드시 보호자 동행해 이동해 달라'고 공지돼 있다.
아파트 측은 오랫동안 짝수층만 운행하던 승강기를 갑자기 전층 운행할 경우 오히려 고장이 날 위험이 있어 불가피하게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사 중에 어떤 방식으로 승강기를 운행할 지에 대해 유지·보수 업체와 논의를 했다"며 "20년 이상 홀수, 짝수로만 운행하던 승강기를 갑자기 전층 운행했을 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이같은 결정을 했다. 입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안내 방송을 보름 정도 해왔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승강기 공사를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짝수층 승강기라도 이용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입주민에 대한 어떠한 배려나, 보호 차원 없이 공사에 들어간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 아파트는 같은 방식으로 다음달 6일부터 짝수층 승강기를 공사할 예정이어서 노약자 등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