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문성민. 한국배구연맹베테랑다운 노련미를 보여줬다. 현대캐피탈 아포짓 스파이커 문성민(37·198cm)은 갑작스런 선발 출전 통보에도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현대캐피탈은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주포 전광인을 잃었다. 전광인은 지난 9일 한국전력과 6라운드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3~4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비상이 걸린 현대캐피탈에는 전광인을 대체할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다. 올 시즌 34경기(122세트)에 출전해 406점, 공격 성공률 55.69%, 리시브 효율 40.03%, 세트당 디그 1.828개로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전광인의 공백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경기 전날까지도 전광인의 대체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경기 후 "원래 박상하를 (전광인의 대체자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오전에 생각이 갑자기 바뀌었다. 문성민은 "훈련장으로 가기 10분 전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면서 "계획에 없던 거라 급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문성민이 몸 관리를 상당히 잘했고, 평소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라며 문성민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브를 시도하는 문성민. 한국배구연맹문성민은 이날 만점 활약을 펼쳐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블로킹 3개와 서브 1개를 포함해 18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은 무려 70%나 됐다. 최 감독은 "어려운 경기에서 힘을 발휘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기대를 충족시켜준 것 같다"고 문성민에게 박수를 보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문성민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전력을 세트 스코어 3 대 2(25-25, 24-26, 25-23, 15-13)로 눌렀다. 문성민은 경기 후 "홈에서 한 경기였고, PO에서 거둔 승리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 번 더 이겨야 하기 때문에 몸 관리를 잘해서 다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5세트에선 6 대 9로 끌려갔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었다. 문성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상대가 우리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으며 점수 차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해야 할 것만 했다"면서 "짧은 시간에 집중을 해서 더 많은 득점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떠올렸다.
이날 경기는 남자부 역대 최장 시간(158분)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띄었다. 그만큼 체력 소모도 컸을 터. 30대 후반을 훌쩍 넘긴 문성민에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에 문성민은 "힘든 건 사실이지만 상대 선수들도 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누가 더 집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생각한다"고 베테랑다운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후배들을 향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서브 6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7점을 터뜨린 허수봉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성민은 "(허)수봉이가 일등공신"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 뒤 "서브로 처진 분위기를 바꿨다. 팀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챔피언 결정전 진출 88%(17회 중 15회) 확률을 잡았다. 하지만 문성민은 "다음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두 팀은 오는 26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PO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