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자신의 마약 투약에 대해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 씨가 5·18민주화운동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죄하기 위해 미국에서 귀국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귀국 즉시 압송되고 있다. 경찰은 전씨의 마약 투약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류영주 기자경찰이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에 대해 마약 투약 혐의로 귀국 직후 공항에서 체포한 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전씨는 28일 오전 8시쯤 서울 마포구의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도착했다. 검은 정장과 흰 와이셔츠를 입은 전씨는 침울한 표정으로 청사로 향했다.
전씨는 청사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 앞에 서서 "(비자금 폭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말을 하고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저희 집안이나 지인이나 사회적으로 돈이 많으신 분들께서 자본을 사용해서 직접적으로 처벌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알고 저도 제 죄를 안다. 그래서 광주에 직접 가서 사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귀국 직후 경찰에 체포돼 광주로 가는 일정이 무산된 점에 대해서 전씨는 "여기(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열심히 임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은 다음에 가능한대로 최대한 빨리 광주에 가서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약을 투약했다고 말한 지인들이 혐의를 부인한 점에는 "별로 놀랍지는 않다. 누구도 죄인이 직접 죄가 있다고 밝히는 경우는 저희 사회에서 드물다"며 "저는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귀국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행한 라이브방송에서 '귀국할 때 마약을 가지고 오겠다'고 한 사실에 대해서는 "제가 돌아왔을때 이미 마약이 다 없었다"고 답하며 청사로 들어갔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6시쯤 전씨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전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신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체포된 전씨는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드리고, 민폐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이번에 수사받게 되는 것에 최대한 열심히 협조해서 수사받고 나와서 빨리 5.18 단체 유가족들, 피해자 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전두환 일가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마약투약 혐의 등으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5.18 유가족에 사과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전씨는 "죄인이다. 저의 삶이 소중한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다"며 "저는 지금 살아있지만 그분들은 여기 안계시니 저희는 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의 가족들이 보인 반응에 대해서는 "가족들은 저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거나 진심으로 아끼거나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아예 연락이 없거나 갖가지인 것 같다"고 했다.
마약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에서 병원 기록도 다 제가 마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니 확인해보면 된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입장을 밝힌 전씨를 향해 일부 시민들은 "응원합니다", "힘내세요"와 같은 격려의 말을 소리 높여 건네기도 했다.
전씨는 뉴욕에 있던 지난 13일부터 SNS와 유튜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고 본인과 지인들이 마약사범이라고 폭로했다. 지난 17일 오전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듯한 모습과 함께 환각 증세를 보여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경찰은 전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폭로한 지인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2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출국 전 전씨는 광주로 찾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과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귀국하자마자 경찰에 체포되면서 전씨가 당장 광주로 떠나지는 못하게 됐다.
전씨는 지난 26일 5·18 기념재단에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 "저의 잘못을 더 깊게 배우고 사죄드리고 반성하고 회개하고 싶습니다"며 "피해자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으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고 했다.
전 씨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에 가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경찰 조사로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정말 광주에 가고 싶지만 못하게 된다면 그것도 제 운명이기 때문에 따르겠다"고 했다.
전날 법원에서 체포영장과 신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전씨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이날 전씨에 대해 마약 투약 여부와 경위를 중심으로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