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손명오 역 배우 김건우.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박연진(임지연), 전재준(박성훈), 이사라(김히어라), 최혜정(차주영) 그리고 손명오. 이들은 모두 죄의식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들이다. 이 가해자 집단 안에서도 서열은 갈리고, 이들의 비열하고 비굴한 민낯은 현실적인 인간 군상을 대표한다. 그리고 이 집단, 이른바 '동은오적(五賊)'으로 불리는 가해자 안에서도 손명오는 최하위 서열이다. 그렇지만 손명오는 문동은(송혜교)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파트 1에서 손명오의 실종과 함께 가해자 집단은 혼돈에 빠졌다. 동은은 가해자 패거리 중 가장 무시당했던 명오에게 접근하고, 그를 이용해 가해자들의 숨통을 조였다. 명오는 동은과 가해자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손명오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며 연진 무리는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생겨난 균열은 동은의 복수에 커다란 파장을 미쳤다.
이처럼 파트 1과 파트 2 사이 중요한 연결 지점이자 복수의 서막을 연 손명오를 '손명오'답게 연기하기 위해 김건우는 자신의 걸음걸이조차 '손명오'스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코 정이 갈 수 없는 인물이지만,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나름 '좋은 점'도 발견하고자 했다. 이 인터뷰는 김건우가 손명오가 되기까지 그 시작점과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김은숙 작가님 작품을 하게 되다니"
▷ 요새 인기를 실감하나?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사진이나 사인 요청도 많이 받고 있어서 실감하고 있다. 식당에서 서비스도 많이 주신다.(웃음) ▷ '더 글로리'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오디션을 본 후 두 번째 만남에서 결정이 됐다. 오디션을 볼 때는 재준, 도영, 명오 역이 있었는데, 3개를 다 읽고 열심히 연기하고 나왔다. 재준 역할을 많이 읽어서 이 역할 되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명오 역을 맡게 될 거라고는 아예 생각도 못 했다. ▷ 확정되고 나서 어땠나? 실감이 안 났다. 내가 김은숙 작가님 작품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어서 되게 얼떨떨하고 기분 좋았다. ▷ 너무 빠른 퇴장이 아쉽지는 않았나? 내가 들었던 것보다 분량이 더 많아졌다. 원래 시즌 1에서 거의 모든 분량을 마무리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시즌 2에 나와도 정말 조금이라고 알고 있어서 (많아진 분량에) 기분이 좋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개인적으로 손명오의 최후는 마음에 드나? 난 아주 만족한다. 술병에 머리를 맞아서 죽는 결말이 강렬하다고 생각한다. 고급 술병이니까.(웃음) 술병이 화제가 되면서 당근마켓에도 올라왔다고 들었다. ▷ 감독이 손명오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방향을 제공해 준 게 있을까? 테스트 촬영하는 날 '더 글로리'는 상업 작품이지만 손명오가 나오는 신은 질감이 독립영화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좀 더 생동감 있는 질감의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손명오 역 배우 김건우. 넷플릭스 제공 손명오는 좋게 말하면 '순수한 인물'
▷ 본인이 가장 가까이에서 깊이 들여다본 손명오는 어떤 인물이었나? 손명오는 정말 좋게 말하면 순수한 인물이다. 악행을 하더라도 그게 잘못된 줄 모르고, 좋은 일을 하더라도 좋은 일을 하는지 모른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좋은 점도 파악해서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순수함에 포커스를 맞췄다. ▷ 손명오를 연기하면서 참고한 작품이나 인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네이트 디아즈(전 UFC 웰터급 종합격투기 선수)라고 되게 악동인 UFC 선수가 있다. 인터뷰할 때도 아이 컨택(상대방과 눈을 마주 바라보는 일)을 안 하고 약에 찌들어 있는 느낌으로 먼 산을 보면서 하는 선수가 있다. 그 선수의 인터뷰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그 선수 것만 보면서 한 달 정도 지냈던 거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본인이 생각하기에 제일 '손명오'스러웠던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난 짧게 지나가는 신에서 손명오를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굳이 대사를 하지 않는 신이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사탕을 깨물어 먹는 모습, 소주를 글라스에 마시는 모습, 주여정(이도현)을 병원에서 처음 스쳐갈 때 걸음걸이 등, 그런 부분에서 인물의 느낌을 많이 전해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오히려 더 신경 썼다. ▷ 연기를 해내고 가장 뿌듯했던 장면이 있을까? 연진에게 머리를 맞기 전 장면이 대본에도 그랬고 호흡이 길었던 장면이다. 그 장면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까 어렵기도 했는데, 5분 만에 끝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지연 누나가 현장에서 너무 많은 배려를 해줬다. 덕분에 어려운 신이 한 번에 잘 흘러가서 기분이 되게 좋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손명오 역 배우 김건우.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 극 중 노출 신이 화제였는데, 예상했나? 이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 팬티 브랜드와 색깔을 내가 정했다.(웃음) 몸은, 같이 운동하는 선생님이 있는데, 작품을 보고 같이 몸을 디자인해 주신다. '더 글로리'를 보고 선생님이 지금 내 몸은 손명오의 몸이 아니라고 했다. 양아치가 근육이 많고 몸이 좋아선 안 된다며 지금부터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근육을 3㎏ 정도 감량했다. ▷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전설의 몸짱이라는 말이 사실인가?
어느 정도는…. 전설의 몸짱은 아니고.(웃음) ▷ 이번 작품을 하며 학폭(학교 폭력)에 관해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져봤고 무슨 생각을 해봤을지 궁금하다. 학폭이란 이슈가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슈다. 연기하면서도, 드라마가 잘될 거란 생각을 하기 이전에 이에 대한 화제나 이슈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었다. 학폭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