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손명오 역 배우 김건우. 넷플릭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손명오는 박연진(임지연)과 전재준(박성훈)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며 문동은(송혜교)을 괴롭혔다. 문동은 앞에서와 달리 손명오는 패거리 안에서는 사실상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모두에게 무시당하고 피해의식에 가득한 게 손명오다. 그런 손명오를 연기한 김건우에게서는 비열함만이 보인다. 그만큼 강렬한 캐릭터였고, 그만큼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더 글로리' 손명오로만 김건우를 기억하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에게 KBS2 '드라마 스페셜-낯선 계절에 만나' 속 명기준의 모습을 한 김건우는 낯설기만 하다. 명기준의 눈빛에는 비열함 대신 명랑한 기운만이 가득하다. 극과 극의 캐릭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공통점은 '배우 김건우'라는 것뿐이다.
김건우는 '더 글로리'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나 연기할 수 있었다는 데 대한 감사함은 물론 '동기부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동기부여란 바로 '손명오'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과제다. 김건우는 충분히 손명오를 지우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손명오와는 달리 당당하게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송혜교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 손명오는 동은에게 많이 당하는 캐릭터다. 함께 작업한 송혜교와의 호흡은 어땠나? 선배라는 의미를 넘어서 어른 같았다. 빈말이 아니라 자기한테 중요한 신들이 있고, 촬영하다 보면 욕심도 나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내가 준비한 거에 맞춰주길 바라는 게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내게도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좋겠다고, 편하게 하라고, 떨지 말라면서 너무 리드를 잘해주셔서 한 번도 문제없이 수월하게 찍었다. ▷ 그런 송혜교를 보며 배우기도 했을 것 같다. 그런 태도를 배웠던 거 같다. 나도 선배가 됐을 때 후배에게 그렇게 오픈 마인드로 많은 부분을 열어주고 싶다. 각자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좋은 신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그런 부분을 배웠다. ▷ 선배들이 연기한 걸 보고 뭐라고 이야기해 줬나? 지연이 누나는 진짜 명오 같다고 했다. 지금도 명오라고 부른다. 다들 "넌 진짜 양아치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웃음) 주변에서도 물어본다고 한다. 실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냐고 말이다. 정말 양아치 같다고.(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손명오 역 배우 김건우. 넷플릭스 제공 ▷ 극 중 명오가 혜정에게 고백하는데, 정말 혜정을 사랑한 건가? 아유, 그렇다. 언더그라운드의 사랑이다.(웃음) ▷ 명오의 고백에 대한 혜정의 리액션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깜짝 놀랐다.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혜정이 소리도 지르고 폰도 던지는데 '어, 이 정도까지?' 싶었다. 그렇게 날 싫어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 명오는 왜 그렇게 고백한 건가? 작가님이 임팩트 있는 고백 신을 남겨주려고 그렇게 쓰시지 않았나 싶다. ▷ 손명오의 명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요즘 시청자분들이 재밌는 말을 많이 지어주신다. 난 '고백 공격'을 꼽겠다.(웃음) ▷ 학창 시절 손명오를 지금의 김건우가 만난다면 뭐라 말해줄 것 같나? 일단 무서워서 말도 못 걸 거 같다. 너무 무서운 캐릭터다. 굳이 한마디 하자면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고 싶다. 착하게 좀 살라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손명오 역 배우 김건우.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글로리'라는 동기부여 그리고 영광
▷ 손명오라는 캐릭터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만큼 혹시나 이미지가 고착될까 걱정은 안 되는지 궁금하다. 선택받는 입장이라 악역도 감사하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지금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연기하고 있다. 충분히 다른 연기로 만회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이 있어서 별로 그런 데 대한 두려움은 없다. ▷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고자 마음 걷게 됐고,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지금 자신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계기는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 친구 때문에 시작했다. 친한 친구가 고2 때 갑자기 연기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해서 뭐 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 친구가 오감을 열고 있다고 말하기에 사기당한 줄 알고 탈출시키러 갔다가 등록했다.(웃음) 지금은 연기란 내 전부인 거 같다. 연기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 물론 날 가장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애정한다. ▷ 차기작이 뮤지컬 '빠리빵집'이라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무대에 대한 동경이 컸다. 항상 매체 연기와 병행하고 싶었다. 영상에서 오는 느낌과 무대에서 오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학교에서는 연극을 많이 해봤기에 무대가 주는 라이브한 느낌을 잘 안다. 그런 걸 너무나 애타게 원하고 있었고, 또 뮤지컬을 정말 좋아한다. ▷ 혹시 롤 모델이 있나? 매튜 맥커너히다. 가장 매료됐던 작품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다. 매튜 맥커너히가 연기할 때 나오는 그만의 자유로움이 있다. 그 자유로움이 내가 지향하는 부분이다. 무슨 역할을 해도 그 캐릭터 같지만, 자유롭다는 느낌이 있다. 마치 그냥 평소의 내가 말을 하고 있는 거 같은 느낌, 그만의 자유로움이 좋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손명오 역 배우 김건우.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 해봐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시기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내가 배우의 길을 가면서 이것만은 놓치지 않고 가져가고 싶다는 나만의 목표 같은 게 있을까? 지금 나에게 뭘 잘하는지 물어본다면, 열심히 하는 거라고 말한다. 작품을 만나서 캐릭터를 준비할 때도 열심히 준비한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편이다. 그건 정말 장점이라 생각해서 시간이 지나도 지금처럼 열심히 작품 준비를 하고 싶다. ▷ 김건우의 '더 글로리', 영광은 무엇인가?
문득 문득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일과 반대로 사는 사람도 있는데,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게 정말 영광인 거 같다. ▷ '더 글로리'가 김건우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나? 말 그대로 정말 영광스러운 작품이다. 그래서 기분이 정말 좋지만 또 반대로 내가 이겨내야 할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다음 작품에서도 '손명오'라는 이름을 많이 들을 거 같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의미로 동기부여도 많이 된다. 이 역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과제도 생겼다. 그래서 '더 글로리'는 '영광'으로 기억될 거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