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수.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해수(42)가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달 3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막을 올린 '파우스트'를 통해서다. 박해수는 인생의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파우스트에게 영혼을 건 계약을 제안하는 '메피스토' 역을 맡았다.
박해수는 지난 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달 남짓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연습했다. 워낙 방대한 작품이고 메피스토 역할이 대사량과 역동적인 장면이 많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크다"며 "연습할 때 계속 뛰면서 대사를 하고, 홍삼을 챙겨 먹으면서 체력 관리를 했다"고 말했다.
2018년 연극 '낫심'에 출연한 후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선 그는 "첫 공연날 엄청 떨렸는데 관객들이 푸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라 잘 마쳤다"며 "공연 후 진이 다 빠져서 바로 잤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그런 생각이 안 든다.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극중 노학자 파우스트는 평생 학문을 공부했지만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절망한다. 메피스토는 그런 파우스트에게 쾌락을 선사하며 그의 파멸과 타락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박해수는 "'요즘 시대 악마는 노학자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고민했다. 양정웅 연출님이 '람보르기니 끌고 금팔찌 차고 선택은 네가 하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매력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메피스토 하면 떠올리는 형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평범하고 에너지 있고 강력한 느낌에 초점을 맞췄어요. 몸짓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영상을 참고했고요. 메피스토의 대사는 접근하기 수월했죠.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하기는 쉽다는 특징이 있어요."파우스트 역의 유인촌과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어떨까. 2012년 제48회 동아연극상에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적 있는 박해수는 "(유인촌 선생님은) 연습할 때나, 공연할 때나 항상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 대사 한 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큰 에너지 안에서 놀다 보니 저도 발전했다"고 했다.
"'메피스토와 파우스트는 같은 인물일 수 있다'는 선생님의 조언 덕분에 제가 뭘 해야 할지 깨달았어요.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내면이기도 하니까 파우스트 대사를 많이 봤죠. '연극은 계속 NG를 내는 과정에서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죠." 유인촌은 1996년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텔레스 역을 연기한 후 27년 만에 동명 작품으로 돌아왔다.
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 메피스토의 계략에 빠져 쾌락에 사로잡히는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박은석, 젋은 파우스트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그레첸 역의 원진아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해수는 "제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놀고 있긴 하다. 무대에서 저보다 더 많이 뛰어다니는 동료 배우들의 에너지 덕분이다. 공동체의 에너지가 큰 힘이 된다. 특히 박은석의 패기가 저를 확 불붙게 만든다"고 했다.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로 데뷔한 박해수는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영화 '사냥의 시간' '양자물리학' '유령', 드라마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에 출연하며 월드 스타로 거듭났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해수는 "무대는 매일 생방송이라 긴장되지만 피가 끓어오르게 만든다. 실력을 갈고 닦고 싶고,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도 재밌다"며 "저한테 뮤지컬은 큰 도전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해외에서 영화 찍고 공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문화를 통해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 모토인데요. 요즘은 재밌는 취미나 아이(3살)가 컸을 때 같이 놀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연극 파우스트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