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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놀란 '0%의 기적', 기록과 기억 모두 남긴 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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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도 놀란 '0%의 기적', 기록과 기억 모두 남긴 도로공사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한국배구연맹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한국배구연맹주인공들조차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우승이었다. 한국도로공사가 V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했다. 5전 3선승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한 뒤 3차전부터 모두 승리를 거둬 리버스 스윕을 만들었다.
     
    남녀부 통틀어 챔피언 결정전 1, 2차전 패배 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도로공사가 처음이다. 도로공사는 0%의 확률을 뒤집고 기적을 썼다. 경기 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록에 남느냐, 기억에 남느냐가 5차전에 달렸다"고 강조했는데, 선수들은 이날 기록과 기억에 모두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적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고맙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베테랑 선수들이 경기를 잘 이끌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마친 뒤에도 우승이 실감 나지 않은 듯 보였다. 에이스 박정아는 "저희도 몰랐는데, 이긴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얼떨떨하다"고 말했고, 베테랑 배유나는 "지금도 꿈같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0%의 기적을 깬 놀라운 시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5세트 13 대 12로 앞선 상황에서는 결정적인 비디오 판독을 통해 귀중한 1점을 획득했다. 박정아의 오픈 공격이 아웃 판정을 받았는데 김 감독이 블로커 터치 아웃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이때 흥국생명 옐레나의 손에 공이 스치는 모습이 잡혀 도로공사가 1점을 가져갔다. 이어 14 대 13에서 박정아가 퀵 오픈을 성공시켜 승리를 장식했다.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해본 거였다"면서 "맞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해봤는데 판독 결과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고 껄껄 웃었다. 박정아는 "아웃이라고 생각했다. 손에 정확히 안 맞아서 몰랐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박정아(사진 왼쪽)와 배유나. 한국배구연맹박정아(사진 왼쪽)와 배유나. 한국배구연맹도로공사는 2017-2018시즌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올 시즌에는 최하위에 머물 거란 예상을 깨고 반전 드라마를 썼다.
     
    당시에도 팀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그때는 우리가 우승 후보였고, 전력도 좋았다. 오히려 우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올해는 처음부터 우리한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편하게 준비했다.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버텨보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년 전 우승 멤버였던 배유나는 "그때는 모두가 예상하는 우승 후보였는데 올 시즌은 부족한 게 많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면서 "그냥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해왔는데 어느 순간 봄 배구에 와 있었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왔는데 5차전까지 갔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뭉쳐서 만든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가 열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는 도로공사 원정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쏟아져 나왔다. 박정아는 "경기 전 몸을 풀 때부터 팬들이 많이 와주셔서 소리를 질러주고 응원을 해주셨다"면서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인데 '홈 팬들한테 기죽을 게 뭐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홈인지 원정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우리 팬들도 많이 와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올랐지만 주축 선수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박정아, 배유나, 정대영, 문정원, 전새얀 등 5명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김 감독은 "그게 가장 어렵다. 모두 같이 가고 싶다"라며 쓴웃음을 지은 뒤 말을 이어갔다. 그는 "도로공사에서 7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데 세터만 바뀌고 선수단이 그대로"라면서 "배구는 조직력이 중요한데 여기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FA는 선수의 자유지만 구단에 될 수 있으면 잡아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FA 시장은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종료 3일 후인 9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FA 자격을 취득할 박정아와 배유나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아직 FA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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