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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포영화 같았던 르브론과 레이커스의 플레이-인 생존기



농구

    마치 공포영화 같았던 르브론과 레이커스의 플레이-인 생존기

    데니스 슈로더의 3점슛이 터졌을 때 세리머니를 펼치는 르브론 제임스. 연합뉴스데니스 슈로더의 3점슛이 터졌을 때 세리머니를 펼치는 르브론 제임스. 연합뉴스
    주인공이 위기에 몰렸을 때 악당은 시간을 끈다. 주인공은 기사회생한다. 그런데 주인공도 주춤주춤 하며 사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악당이 다시 고개를 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주인공인지 악당인지 알 수 없었던 승부.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았지만 마지막 10분은 지나칠 정도로 숨막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공포물 같기도 했다.

    2022-2023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인 토너먼트 서부컨퍼런스 7번 시드 결정전에서 처절한 접전 끝에 LA 레이커스가 웃었다.

    그리고 2020년부터 기존의 플레이오프 체제에 플레이-인 토너먼트 제도를 추가해 또 한 차례 대혈투를 이끌어 낸 애덤 실버 NBA 총재도 웃었다.

    레이커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7번 시드 결정전에서 108-102로 승리했다.

    정규리그에서 서부컨퍼런스 7위(레이커스)와 8위(미네소타)를 차지한 팀들의 대결이었다. 여기서 이기는 팀은 7번 시드로 플레이오프를 가고 지는 팀은 9위(뉴올리언스 펠리컨스)-10위(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승자와 마지막 8번 시드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토너먼트 성격의 경기는 예상대로 치열했다. 경기 내내 집중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4쿼터 마지막 5분부터 연장전 5분까지는 득점을 주고 받는 양상이 아니라 마치 실수를 주고 받는 양상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처절한 승부였다.

    한 편의 스릴러는 예고편부터 심상치 않았다. 미네소타에서 정규리그 마지막 날 초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주전 포워드 제이든 맥대니얼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벽을 치다가 골절상을 입었다. 올스타 수비형 센터 루디 고베어는 팀 동료 카일 앤더슨과 언쟁을 벌이다가 주먹을 날렸다. 그 결과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미네소타는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가 이끄는 레이커스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갔다. 칼-앤서니 타운스가 코트를 지배했고 베테랑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는 외곽에서 지원사격을 펼쳤다. 점수차는 한때 15점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타운스가 4쿼터 초반 5번째 반칙을 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네소타는 4쿼터 종료 5분 전 95-90으로 앞서 있었지만 타운스가 반칙을 1개만 더 할 경우 코트를 떠나야 하는 불안요소가 있었다. 타운스가 흔들리자 팀이 흔들렸다. 미네소타는 4쿼터 마지막 6분 동안 단 1개의 야투도 성공하지 못했다. 자유투로만 점수를 쌓았다.

    레이커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레이커스도 불안했다. 3점슛은 계속 림을 외면했고 인바운드 패스 과정에서 패스 미스가 나왔다. 그래도 레이커스는 제임스의 3점슛 그리고 종료 1.4초 전에 터진 데니스 슈로더의 3점슛을 앞세워 98-95 역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경기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4쿼터 0.1초를 남기고 콘리가 던진 3점슛이 림을 외면했지만 데이비스의 의욕이 과한 나머지 그만 슛 동작 반칙을 범했다. 다빈 햄 감독은 머리로 두 손을 감싸쥐며 괴로워했다. 콘리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자유투 3개를 다 넣었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4쿼터 종료 0.1초전 마이크 콘리에게 반칙을 범하는 앤서니 데이비스. 연합뉴스4쿼터 종료 0.1초전 마이크 콘리에게 반칙을 범하는 앤서니 데이비스. 연합뉴스
    레이커스는 105-100으로 앞서갔다. 미네소타 해결사 앤서니 에드워즈의 슈팅 난조가 계속된 가운데 카일 앤더슨의 스크린 반칙이 나왔다. 그러자 레이커스에서 루이 하치무라가 스크린 반칙을 범했다.

    미네소타는 에드워즈의 돌파로 점수차를 3점으로 좁혔다. 남은 시간은 19초. 미네소타에게는 반칙 작전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르브론이 건넨 인바운드 패스가 팀 동료에게 가지 않았다. 콘리가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패스를 가로챘다. 콘리의 센스가 빛났고 제임스의 패스는 너무 안일했다. 콘리는 빠르게 공격 코트로 넘어가 테이션 프린스의 오픈 3점슛 기회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 슛이 불발되면서 사실상 승패가 갈렸다.

    프로 20년차 베테랑 르브론은 무려 45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30득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실책을 5개나 범했고 경기 막판 아찔한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득점과 어시스트를 만들어내며 승리에 기여했다. 슈로더의 4쿼터 막판 3점슛을 어시스트한 장면은 백미였다.

    데이비스는 43분을 뛰며 24득점 15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했다. 그는 경기 후 르브론과 슈로더의 방송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을 때 갑자기 카메라 앞에 나타나 4쿼터 0.1초 전 파울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선수들은 웃었고 리포터도 웃었다.

    미네소타는 온갖 악재 속에서도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45분 출전한 앤더슨을 필두로 주전 전원이 40분 이상 뛰었다. 타운스는 24득점 11리바운드로 분전했고 콘리는 3점슛 6개를 포함해 23득점을 기록하며 베테랑의 능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미네소타의 해결사 에드워즈는 야투 17개 시도 중 3개 성공에 그치며 9득점에 머물렀다. 3점슛 9개를 모두 놓쳤다. 경기 내내 수비에서 발군의 기량과 집중력을 자랑했지만 끝까지 공격에서 깨어나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레이커스는 서부컨퍼런스 2번 시드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1라운드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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