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호 작가. SBS 제공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의 중심엔 예리한 오상호 작가의 필력이 있다. 오 작가의 역량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처럼 '모범택시'가 시즌1·2를 거치면서 성공적인 시리즈물로 자리매김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의 손 끝에서 탄생한 '모범택시'는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며 함께 울고 웃게 만들었다.
1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지만 '모범택시2'는 전편보다 무려 5%포인트 상승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갈수록 TV 드라마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시점에 오히려 반등을 이뤄낸 셈이다. 이런 기록을 세운 '모범택시'의 가장 큰 힘은 사이다도, 빠른 전개도 아니었다. 참혹한 세상에서 누구보다 힘겨워하던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데 있었다.
'모범택시' 세계관을 구축한 설계자답게 오 작가는 '모범택시'가 세상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에게 '모범택시'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신랄하게 풍자하는 우화나 다름없다. 비록 TV 속 영상 판타지일지언정, '모범택시'의 우화가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저항의 힘을 길렀다.
다음은 '모범택시2'로 돌아온 오상호 작가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SBS 제공Q 최고 시청률 21%로 시즌1에 이어 '모범택시2'가 또 한 번 흥행했다A 시즌1 때 시청자분들이 보여주신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2가 만들어 질 수 있었는데,
시즌2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Q 시즌1에서 견해 차이로 작가 교체 이후 시즌2에 돌아왔다. 다시 '모범택시2'에 탑승하기로 결심한 까닭이 있을까 A 무지개운수는 저에게도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족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시즌1의 16부와 시즌2의 1부 사이 공백에 감정이입이 많이 됐습니다. 가족같은 사람들이 떨어져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곱씹어 보면서요.
Q '모범택시2' 집필에 있어 작가로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A '모범택시'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우화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풍자하고 해학을 통해 부조리와 대항하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범죄 오락 장르의 미덕을 살리되, 회피하거나 겉돌지는 말자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었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어느 정도까지 찌르고 들어가는 것이 최선일까를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시즌2의 키워드는 '부캐의 향연' 그리고 '기억'이었어요.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중심 메시지로 놓고, 우리가 한켠에 묻어두고 넘어갔던 사건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고민을 담아 시즌2의 에피소드들을 정하고 작업했습니다.
SBS 제공Q 무지개운수 5인, 배우 이제훈·김의성·표예진·장혁진·배유람과 다시 함께 작업한 소감도 궁금하다A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작업하는 내내 작업실에 배우들 사진을 붙여 놓았는데 볼 때마다 의지가 됐어요. 인복이 좀 많은 거 같아요.
배우들이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어줬어요. 대본을 건네면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란 의견도 없었어요. "대본에 무엇이 있든 나는 그걸 해내는 걸 보여주겠다." 제훈씨가 저한테 한 말이에요. 표현은 안 했지만 다른 무지개 식구분들도 마찬가지 였던 거 같아요. 작가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자,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했었어요. 이런 엄청난 믿음을 보내는 분들께 보잘 것 없는 대본을 내밀 수는 없으니까요.
Q 새롭게 등장한 빌런(악역) 온하준 역의 신재하 역시 시청자들로부터 뜨겁게 주목 받았다A 온하준은 복잡하고도 단순한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방식으로 길러진 아이, 그 안에 뭔가 소중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막연한 공허함을 가진 캐릭터죠. 이런 캐릭터를 통해 무지개 택시를 추격하는 의문의 세력, 그리고 시즌2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의미를 집합적으로 담아내고자 했어요. 신재하 배우가 가진 선악을 오가는 얼굴과 눈빛이 온하준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합니다.
Q 클럽 '버닝썬'을 연상시키는 블랙썬 등 현실에서 벌어진 여러 사회적 문제 및 사건들을 생각나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이런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구성한 이유가 있다면 A 방송 전 고지 멘트처럼, 방영된 모든 인물, 내용 등은 사실이 아니며 허구입니다. 앞 질문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모범택시는 우리 시대의 우화라고 생각해요. 현실이 더 잔혹하고 무서워서 그렇지. 그런데 만약 어떤 사건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깝고 무서운 일이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오래 오래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SBS '모범택시2'에 카메오로 출연한 오상호 작가. SBS 제공Q 벌써부터 시즌3을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있다. 시즌3 제작에 대한 생각은?
A 무지개 운수 다섯명이 없는 '모범택시'는 상상하기 힘들어요. 반대로 이 다섯명이 함께라면 더없이 즐거운 작업이 되겠죠.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 다시 가자고 하면 저는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거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모범택시'를 통해 이 시대, 우리 사회에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A '법대로 해'라는 말이 가해자들의 무기로 쓰이고, 피해자들에게 협박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모범택시의 운행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우리는 당신의 억울함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