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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교회가 시작한 돌봄…부산에도 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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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교회가 시작한 돌봄…부산에도 퍼지나

    편집자 주

    초저출생 문제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곤두박질쳐 서울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이에 부산CBS는 부산시 등 각계와 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부산캠프'를 구성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범 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CBS는 생명돌봄 운동의 일환으로 출생과 양육의 기쁨을 누리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좋은 본보기들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여덟 번째로 20여 년간 수천 명의 아이 돌봄에 동참하며 부산 등 전국 곳곳에 귀감이 되고 있는 충남 당진제일교회 이야기를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할을 살펴본다.

    ['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⑧]
    충남 당진 동일교회, 20년 동안 아이 돌봄·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으로 양육부담 덜어줘
    교인 1가정마다 평균 3명 출산…"배경엔 아이 믿고 맡길 '비전스쿨' 있었다"
    당진지역 어린이 12.8%에 돌봄 교육 책임져준 교회의 기적 일궈
    아이돌봄 노하우 적극적으로 공유…부산서도 동참 움직임 본격화

    교회 주도의 지역돌봄 성공 사례로 꼽히는 충남 당진동일교회 '비전스쿨' 아이들이 놀이 활동을 하는 모습. 당진동일교회 제공교회 주도의 지역돌봄 성공 사례로 꼽히는 충남 당진동일교회 '비전스쿨' 아이들이 놀이 활동을 하는 모습. 당진동일교회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②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③다섯 남자아이 입양한 부부…6형제가 만드는 행복의 모양
    ④부모는 슈퍼맨이 아니야…'같이 육아'로 아빠도 배운다
    ⑤"내 자식 같아서" 온정 전하는 아버지들…"돌봄친화 사회로 이어져야"
    ⑥신생아 '1만 명' 만난 베테랑 의사가 말하는 '산부인과 의사생활'
    ⑦"나부터 먼저" 대한민국 1호 민간 출산전도사가 된 회장님
    ⑧"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교회가 시작한 돌봄…부산에도 퍼지나
    (계속)

    무려 500명에 달하는 아이에게 매일같이 돌봄의 손길을 전하는 교회가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비전스쿨' 버스를 타고 교회로 오는 게 당연한 일과다. 아이들은 교회에서 방과 후 수업부터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 저녁식사까지 모두 해결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바로 충남 당진에 있는 동일교회 이야기다.
     
    출산과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상에 필요한 역할을 조용하게 감당하고 싶다"는 이 교회의 모습을 보며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돌봄 사역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에서도 수영로교회 등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인구절벽 시대에 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고민하고 대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열쇠 들고 문 앞에 선 아이 보고 마음 아팠다" 농촌 교회가 만들어낸 '기적'


    당진 동일교회 이수훈 담임목사는 20여 년 전 어느 날 교회 마당에 서 있는 한 아이를 만났다. 교회를 찾아온 이유를 묻자, 큰 열쇠를 손에 든 아이는 "집에 돌아가도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마음이 아팠던 이 목사는 교회의 빈 공간을 활용해 아이를 돌보기로 결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성도들은 하나둘씩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부터 급하게 병원을 가야하는 부모까지. 아이를 부탁하는 성도는 점점 늘었고, 어느새 평일 오후 교회는 수십 명의 아이들로 가득 찼다.
     
    당시 교회에서 시간만 보내는 아이들을 보며 고민하던 이 목사는 성도들의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료 공부방'을 열기로 했다. 당진 동일교회 '비전스쿨'의 시작이었다. 이 목사는 직접 나서 독서토론과 식탁 예절 교육을 가르치기도 하고 사람을 불러와 영어, 수학 교육도 시작했다. 아이들이 사회의 치열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매주 수요일을 '놀수' 즉, 노는 수요일로 정하고 요리와 전통놀이 · DIY 만들기 등 여러 놀이 활동도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 수는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이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부터 거창한 교육 철학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밤이든 낮이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탁아소 개념으로 첫발을 뗀 것"이라면서 "그때부터 성도 중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분을 찾고 학부모 중에서도 자원해서 도움을 주면서 차츰 돌봄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21년째를 맞이한 비전스쿨은 당진지역 어린이의 12.8%에게 돌봄 서비스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사회 돌봄의 중심 기관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아이를 돌보는 공동체에도 기적같은 일이 찾아왔다. 당진 동일교회 성도의 평균 연령은 29세까지 낮아졌고, 가정 평균 출산율은 3명에 달했다. 당진시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도 업무협약을 맺고 지원에 나섰다. 평범한 시골교회가 지역 돌봄 서비스의 중심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민관 협력의 모범이 된 것이다.
     

    빛나는 성공사례 된 '비전스쿨'…당진동일교회 세미나 열고 노하우 공유


    당진동일교회 '비전스쿨' 아이들이 교회 앞 마당에 모여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다. 당진동일교회 제공당진동일교회 '비전스쿨' 아이들이 교회 앞 마당에 모여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다. 당진 동일교회 제공 지역사회 돌봄의 멋진 본보기가 된 당진 동일교회가 직접 겪은 현장 사례를 발표하며 돌봄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소식에 전국 곳곳에서 교회의 이야기와 교육 철학을 듣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지난달 17일 개최한 '2023 대한민국 출산돌봄 컨퍼런스'에는 전국 교회 목회자가 무려 1000여 명이나 참석했다.
     
    이 목사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그동안 비전스쿨을 운영하며 '부모들이 학원비 걱정만 덜어도, 퇴근 시간에 마음 졸이지 않을 수만 있어도 아이 낳는 부담이 확 줄어든다는 걸 몸소 느꼈다"며 출산과 돌봄에서 공동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비전스쿨을 운영하며 세운 몇 가지 교육 철학과 실천 방법도 공유했다. 먼저 비전스쿨 교사를 '이모'라고 부르게 하는데, 이는 아이가 부모와의 불화도 쉽게 꺼내놓고 어려움을 교회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신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문화 없는 공간 만들기',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 최소한 영어의 어려움은 벗어날 수 있는 언어교육' 등 단순한 돌봄이 아닌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했다.
     
    이 과정에서 당진 동일교회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공유했다. 이 목사는 "교회는 대부분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수익 창출 활동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고, 주변 학원가도 반발했다"며 "다른 교회도 이런 어려움을 만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역사회를 설득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공동체가 가정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 곳곳에 있는 교회가 공간과 인력을 활용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돌봄사회 성공사례 전국 곳곳으로…부산도 동참


    당진동일교회가 진행하는 방과후 활동인 '비전스쿨'에는 현재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당진동일교회 제공당진 동일교회가 진행하는 방과후 활동인 '비전스쿨'에는 현재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당진 동일교회 제공 돌봄의 손길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 20여 년 동안 수천 명의 아이를 돌본 당진 동일교회의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당진 동일교회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여한 이들은 수백 명의 아이들이 교회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배우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지역사회에도 이 같은 돌봄 사역의 움직임을 전하고 있다. 특히 '한 아이를 바라보고 가정의 회복까지 도울 방안을 함께 찾자'는 현장 강연에도 여러 교회가 큰 공감대를 이뤄, 각자 교회에 접목할 방향을 찾겠다고 나섰다.
     
    부산에서도 수영로교회 등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이같은 돌봄 사역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수영로교회 박남주 목사는 "250명에 달하는 많은 아이가 교회에서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본 아이들은 참 해맑고 즐거워보였다"며 "외부 사람들이 왔는데도 울거나 떼쓰는 것 없이 인사도 잘하는 걸 보면서 여기가 천국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영로교회에서 현재 유치원생을 둔 엄마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심신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아·초등부도 2천 명 가까이 되는 만큼 돌봄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교회의 기존 프로그램이나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사업에 당진 동일교회의 교육 철학을 입히는 등 여러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에 이수훈 목사도 "돌봄을 제공하려고 나서는 교회가 있다면 우리의 시행착오를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가 가진 노하우와 자료를 모두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해당 교회와 협약을 맺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각 지방 공공기관을 통해 운영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열어드리려 한다"며 "각자의 교회에 적용할 방안을 꼭 찾으리라 믿는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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