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투수 오타니(투타니)를 도운 최고의 동료는 바로 타자 오타니였다.
LA 에인절스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 7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곁들이며 4피안타 2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실점이 많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했고 에인절스가 볼티모어를 9-5로 누르면서 시즌 5승(1패)을 수확했다.
오타니는 3회까지 홈런 2방을 맞았다. 올 시즌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스위퍼 구종을 공략당한 결과였다. 스위퍼는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종으로서 매우 위협적이지만 실투가 됐을 때 감당해야 하는 대가도 크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3-4로 뒤진 4회초 공격에서 대거 5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대량 득점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타자 오타니의 역할이 컸다.
에인절스는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포수 채드 월락의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오타니는 계속된 1사 1,2루 기회에서 타석에 섰고 단숨에 승부를 뒤집는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이후 에인절스는 후속점을 뽑았고 스코어를 8-4로 뒤집었다.
오타니는 5회말 세드릭 멀린스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시속 96마일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몰렸다. 하지만 오타니는 추가 실점 없이 7회까지 버텼고 에인절스는 벌려놓은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3번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5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3득점 3타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시즌 9호 홈런을 기록했고 타점을 29개로 늘렸다.
오타니는 9회초 2사 후 2번타자 마이크 트라웃의 볼넷에 힘입어 극적으로 마지막 타석 기회를 얻었다. 이때까지 홈런, 3루타, 단타를 모두 기록한 오타니가 2루타를 추가할 경우 히트 포 사이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오타니는 좌측 방면 안타를 때렸으나 2루타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오타니는 4안타, 총 5출루 경기로 타석을 마무리 했다.
ESPN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발투수로 나선 선수가 타석에서 다섯 차례 출루를 달성한 건 메이저리그에서 1964년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다.
오타니는 "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샘플 사이즈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깊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그 자체가 대단하다.
오타니에게 마지막 타석이 주어지자 볼티모어 팬들도 응원의 함성을 보냈을 정도로 히트 포 사이클 달성 여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선발투수가 당일 히트 포 사이클을 달성한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오타니는 "트라웃의 볼넷으로 기록에 도전할 기회가 생겨 기뻤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담백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