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이 23일 '2023년도 PBA 팀 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휴온스의 지명을 받은 뒤 기자 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PBA한국 당구 3쿠션 최초의 역사를 수 차례나 썼던 간판 최성원(46·휴온스). 세계선수권대회와 세계팀선수권대회를 모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제패했던 그가 제2의 당구 인생을 시작한다. 프로당구(PBA) 무대에서 다시 한번 불꽃을 태우려 한다.
최성원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도 PBA 팀 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휴온스의 지명을 받았다. 휴온스는 최성원과 함께 2라운드 1순위로 '예술구 마스터' 세미 세이기너(튀르키예), 3라운드에서 전애린을 지명했다.
지난 시즌 팀 리그 최하위에 그쳤던 휴온스는 최성원과 세이기너 등의 합류로 새 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휴온스는 기존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 김봉철, 김세연까지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했다.
최성원은 고(故) 김경률, 조재호(NH농협카드), 강동궁(SK렌터카) 등과 함께 한국 3쿠션의 르네상스를 이끈 맏형이다. 특히 한국 선수 최초로 2014년 세계캐롬연맹(UMB)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최성원은 당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을 눌렀다. 한국 당구의 전설 고(故) 이상천 전 대한당구협회장도 이루지 못했던 업적이었다.
이어 최성원은 2017년에는 김재근(크라운해태), 이듬해는 강동궁과 세계팀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7년 결승 상대가 쿠드롱이 버틴 벨기에 팀이었다. 최성원은 이처럼 세계선수권대회, 세계팀선수권대회 우승과 UMB 세계 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까지 한국 당구 최초의 역사를 썼다.
2014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최성원이 결승 상대 브롬달(왼쪽), 서현민(오른쪽) 등 입상자들과 시상대에 선 모습. 대한당구연맹하지만 최성원은 최근 국제 대회에서 낭보가 뜸했던 게 사실이다. 세계 랭킹도 20위까지 떨어진 상황. 이런 가운데 최성원은 전격 PBA행을 선언하면서 당구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최성원은 행사 뒤 기자 회견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려 PBA에 왔다"면서 "당연히 우승이 목표고, 매 경기 아직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PBA 경기를 다 봤을 만큼 관심이 있었다"면서 "PBA로 온 이상 정말 멋진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시즌 휴온스가 최하위에 그쳤던 데 대해서도 "올해는 문제 없을 것이고 걱정 안 해도 된다"며 힘주어 말했다.
최근 부진했던 상황에 대해 최성원은 "나름 상위권을 유지하려 했고 너무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 보시기에 주춤했을 거 같다"면서 "가장 큰 원인은 제 자신이 동기 부여가 없었고, 별 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마음이나 정신적으로 안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성적을 떠나서 연맹에 있을 때 외국을 자주 다니면서 몸도 많이 지쳤다"면서 "동기 부여라고 했는데 당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상태였다"고 돌아봤다.
PBA 진출은 그런 점에서 자극이 될 수 있다. 최성원은 "PBA 온 이유 중 하나도 새롭게 당구에 대한 흥미를 붙여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쳐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룰과 환경에 내가 어떻게 적응하고 겪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목표를 갖고 왔고, 확실한 동기 부여 생겼다"면서 "PBA에 온 이상 완전히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PBA 환경은 UMB와 상당히 달라 적응하기 쉽지 않다.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도 PBA 출범 초기에는 적잖게 고전했다. 점수제인 UMB와 달리 PBA는 세트제에 뱅크샷 2점제가 있어 변수가 많다. 공인구도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는데 선수들이 실제 느끼는 정도는 크다. 조재호 역시 PBA로 진출한 뒤 "공인구가 달라 적응에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2017년 세계 팀 3쿠션 선수권대회에서 최성원이 김재근과 한국 선수 최초 우승을 합작한 뒤 기뻐하는 모습. 코줌코리아이에 대해 최성원은 "PBA는 2점제를 해서 변수가 많고 구종 선택이나 누가 이길지 가늠이 잘 안 되고 역전이 잘 나온다"면서 "보시는 입장에서는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경기하는 선수는 피 말리는 상황이 나온다"고 전제했다. 이어 "확실히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해보면 느낌이 올 것"이라면서 "UMB 월드컵이 세트제였던 때 우승한 적도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큼 최대한 빨리 적응하고 성적도 빨리 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PBA에는 쿠드롱을 비롯해 지난 시즌 최우수 선수 조재호, 강동궁, 김재근 등 예전 최성원과 국내외 대회에서 겨뤘던 선수들이 다수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쿠드롱과 함께 4대 천왕으로 군림해온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에스와이)도 최성원과 함께 새 시즌을 앞두고 PBA에 합류했다.
이에 대해 최성원은 "라이벌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PBA에 막) 입학한 학생이고 다들 선배님들"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를 라이벌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 만큼 열심히 해보겠다"고 신입생(?)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과연 한국 당구의 역사를 숱하게 써온 최성원이 PBA에서도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