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몬스터즈 세리머니 동작을 하고 있는 이대호(왼쪽)와 야나키타 유키(오른쪽). 노컷뉴스나카무라 아키라(왼쪽)와 이대호(오른쪽). 노컷뉴스8년 만에 후쿠오카를 방문한 이대호(41)가 과거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이대호는 28일(한국 시각) 일본 후쿠오카의 페이페이돔에서 열린 2023 NPB 지바 롯데와 홈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소프트뱅크 구단의 초청으로 8년 만에 후쿠오카돔을 찾았다.
2014~2015년 2년간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4년 타율 3할 19홈런 68타점으로 활약했고, 2015년 타율 2할8푼2리 31홈런 98타점으로 불을 뿜었다. 2년 연속 소프트뱅크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201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재팬시리즈 MVP(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구단 창단 85주년 및 돔 구장 개장 30주년을 맞아 이대호를 초청했다. 이대호는 전날(27일) 경기장을 찾아 옛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친정팀을 응원했다. 이날은 친정팀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시구자로 나섰다.
8년 만에 소프트뱅크 홈 구장을 찾은 이대호는 "오랜만에 와서 너무 좋다. 여전한 것 같다"면서 "야구를 할 때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던 곳"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제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봐서 너무 좋았다. 팀이 승리해서 더 기뻤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이대호는 시구 전 구장 옆 위치한 엔터테인먼트 시설 '보스 이조 후쿠오카'를 방문해 다양한 활동을 체험했다. 2020년 7월 개관한 '보스 이조 후쿠오카'에는 익스트림 스포츠, 전시회, VR(가상 현실)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편의 시설, 식당 등을 마련돼 있다.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잡은 소프트뱅크는 과거 구단에서 활약한 이대호를 통해 한국에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좋은 행사가 있을 때 초대해 주셨다. 아직 잊지 않고 불러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좋은 행사의 주인공이 돼 공을 던질 수 있어서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대호. 노컷뉴스옛 동료들과도 오랜만에 재회했다. 과거 한솥밥을 먹은 야나기타 유키(35)와 나카무라 아키라(34) 등은 경기장을 찾은 이대호를 버선발로 나와 반겼다. 이대호는 "야나기타 등 모두 같이 뛸 때는 팀의 막내였다"면서 "슈퍼스타로 성장한 모습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지만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날 지바 롯데와 경기를 관중석에서 본 이대호는 "관중석은 처음이라 너무 설렜다. 들어가는 순간 넓게 트인 시야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면서 "맨날 더그아웃이나 그라운드에 있었는데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내와 함께 관중석에서 야구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중석에서 친정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이에 힘입은 선수들은 이대호 앞에서 짜릿한 6 대 5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대호를 보자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던 일본의 간판 타자 야나기타는 연장 12회말 끝내기 안타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야나기타의 끝내기 안타에 이대호는 "경기 전 만났을 때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 잘 하라'고 했다"면서 "어제 3안타를 때리고 끝내기까지 쳐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워낙 잘하는 선수라 당연한 일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야나기타는 이대호에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야나기타는 올 시즌 42경기에 나서 타율 3할2푼5리(151타수 49안타) 8홈런 23타점 21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과거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했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대호는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게 해준 팀이다.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항상 준비가 잘 돼 있다"면서 "팬들도 롯데 못지 않게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다. 상위권에 있을 수밖에 없는 완벽한 팀"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고향 팀 롯데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롯데는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해 8위에 머물며 부진했지만 올해 3위를 달리며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에 이대호는 "은퇴 후 팀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경기장을 못 가고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짐이 될 까봐 조심스럽다. 잘하고 있을 때는 마음 속으로만 응원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내가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면서 "더 잘했으면 좋겠고, 꼭 우승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