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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 국회의원에 살포"…'꼬리표' 없는 돈봉투 얼마나 밝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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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수십명 국회의원에 살포"…'꼬리표' 없는 돈봉투 얼마나 밝혀낼까

    핵심요약

    4월 28·29일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의원회관…檢, 시기·장소 특정
    28일 외통위 소회의실 참석 국회의원 10명에게 봉투 1개씩 전달
    "수사 중, 구체적 설명 어려워"…檢, 금품 받은 의원 특정에 '신중'
    일각에선 진술과 정황만으로 유죄 입증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범죄에 대한 기본적 소명도 안 돼 있어"…윤관석 등 당사자 반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인적·물적' 증거 종합적으로 검토"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수십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했다"고 지목하면서 '돈봉투' 의혹의 실체를 얼마나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두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전반적인 사실관계 밑그림을 완성했다.

    검찰은 2021년 5월 2일 전당대회를 앞둔 4월 28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가 전달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송 전 대표 측 지지율이 하락, 격차가 좁혀지면서 반등이 필요했고 당시 경쟁 캠프에서 금품을 뿌린다는 정보를 접하면서 돈봉투 살포를 계획했다는 점을 범행 동기로 파악했다.

    검찰은 윤 의원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안에서 수십명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6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살포하는 매포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대의제 및 정당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는 취지다.

    검찰은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이 있는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일대에서 윤 의원이 다른 동료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4월 28일 1차 금품 전달과 관련해 윤 의원이 당시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모임에 참석한 국회의원 10명에게 300만원씩 들어있는 돈봉투를 각각 1개씩 교부했다고 적시했다. 반면 2차 교부가 이뤄진 4월 29일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인원수를 기재하지 않고 300만원씩 들어있는 봉투 10개를 교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28일 모임에 참석해 돈봉투를 받은 의원 10명이 누구인지 사실상 특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검찰이 공식적으로 돈봉투를 받았다고 밝힌 인물은 윤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성만 의원이 유일하다.

    좌측부터 윤관석, 이성만 의원. 윤창원 기자좌측부터 윤관석, 이성만 의원. 윤창원 기자
    검찰은 수수자 특정에 대해서는 "지금 수사 중으로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 속해 있던 의원과 보좌진 10여명에 대한 국회 본청·의원회관 출입 기록을 임의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 측은 '정식 절차를 밟아달라'는 취지로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의 동선을 교차 검증하기 위해선 국회 본청 출입내역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사실관계는 비교적 단순할 수 있지만, '꼬리표' 없는 현금이 건네졌다는 특성상 형사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돈봉투를 주고받는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명백한 물증 없이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황 증거만으로는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취지다.

    실제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도 검찰은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1억9천만원을 현금화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단 300만원을 제외하고는 용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 300만원도 2011년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언론에 먼저 공개해 수사의 단초가 됐던 돈이었다.  

    법조인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상대로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 전에) 수수한 사람들 먼저 조사하는 게 맞고, 뒤늦게 특정이 됐더라도 그 사람들을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이 의원을 상대로) 조사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검찰이 사실상 제시할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법무부 관계자가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법무부 관계자가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두 의원도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윤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검찰 수사 과정의 시작은 편법적이었고, 목적은 정략적이며, 수단은 탈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서는 범죄에 대한 기본적 소명조차 안 됐다며, "돈을 준 사람과 중계한 사람, 받은 사람, 돈을 주고받는 목적도 제대로 적시하지 않은 '4무(無) 영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유죄 답을 정해놓고 가는 수순이자 정치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언이나 녹취 외 물적 증거 없이 기획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 사실 내용은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인적·물적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확인한 사실관계를 기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하는 과정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 및 문자메시지 내역, 일정표, 국회 츨입기록 등 객관적 물증에 의해 범죄사실이 입증된다는 취지다.

    두 의원의 체포동의, 나아가 구속 여부는 이번 사건의 수사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전체 금품 살포 과정에 관여하고 특히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직접 건넨 것으로 지목된 윤 의원의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향후 수사 방향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앞쪽에 무소속 이성만 의원도 앉아있다. 윤창원 기자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앞쪽에 무소속 이성만 의원도 앉아있다. 윤창원 기자
    검찰은 국회 본회의에서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오는 12일까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등을 상대로 보강 수사에 주력할 전망이다.

    또한 돈봉투를 받은 지역본부장과 지역상황실장 등 사건 관계인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 수수자 특정 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다음주부터 다른 현역 의원들을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수사팀은 체포동의안 국면이 끝난 뒤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자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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