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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남 일 아니다"…미국 '토네이도' 재난 예보' 보니



사건/사고

    [르포]"남 일 아니다"…미국 '토네이도' 재난 예보' 보니

    기자가 찾아간 美 오클라호마주 노먼 국립기상청
    '골든 타임' 확보하기 위한 실시간 예측…위험 기상 감지 시 1분 내 즉시 '예보'
    기상청 올 6월 15일부터 강력 호우엔 재난문자 직접 발송

    노먼 국립기상청(NWS·National Weather Center)의 예보관이 실시간 기상 예측 분석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노먼 국립기상청(NWS·National Weather Center)의 예보관이 실시간 기상 예측 분석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시민들은 재난문자를 귀찮아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토네이도의 길목'이라고도 불리는 미 중부 오클라호마주. 올해만 48번의 크고 작은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낳는 토네이도나 허리케인, 우박 등 악기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위험 기상 예보'에 특화된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오클라호마주의 노먼 국립기상청(NWS·National Weather Center)은 봄철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인 탓에 기상예보관들이 분석과 감시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국립기상청 건물 곳곳엔 과거 위력적이었던 토네이도 사진이 붙어 있었다. 2013년 5월 발생했던 토네이도 사진 앞에 선 마크 폭스 예보관은 "당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경보를 통해 목숨을 구했다"며 "이걸 보면서 왜 우리가 예보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떠올린다"고 했다.

    마크 폭스 예보관이 실시간 예측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마크 폭스 예보관이 실시간 예측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시민 안전과 생명 위해 과대 예보도"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대피를 위한 '골든타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곳의 기상 분석관과 예보관들은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 속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실시간 기상 분석에 힘쓰고 예보를 내린다.

    특히 지역 특성상 폭풍예측센터(SPC ·Storm Prediction Center)에서 토네이도나 허리케인의 예측 경로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언제 강력한 토네이도로 발전할지 장담할 수 없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폭풍예측센터(SPC ·Storm Prediction Center) 분석관들은 예측 경로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 직접 손으로 기압 배치를 그리면서 이동 경로를 예측한다. 임민정 기자폭풍예측센터(SPC ·Storm Prediction Center) 분석관들은 예측 경로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 직접 손으로 기압 배치를 그리면서 이동 경로를 예측한다. 임민정 기자
    이곳에서 실시간 기상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빠른 예보다. 미국에선 시민들의 대피 시간을 늘리기 위해 2012년부터 예보관이 위험 기상 판단과 동시에 직접 재난문자를 전송하고 있다.

    토네이도 위험이 감지되면, 예보관은 즉시 이동 경로와 강풍 정도 등에 따라 구역을 설정해 예보를 준비한다. 재난문자는 30초에서 1분 사이에 예보관이 설정한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예보에는 예상 피해 정도, 행동 요령 등의 정보가 담긴다.

    미국 기상청이 발송한 재난문자. 토네이도 발생 경보로 건물 지하실 등으로 대피하라든가 날아오는 잔해물을 유의하라는 등의 실질적 행동 요령이 담겨 있다. 기상청 제공미국 기상청이 발송한 재난문자. 토네이도 발생 경보로 건물 지하실 등으로 대피하라든가 날아오는 잔해물을 유의하라는 등의 실질적 행동 요령이 담겨 있다. 기상청 제공
    때론 실제 피해보다 시민들에게 강한 예보가 전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립기상청에서 만난 예보관들은 과대 예보에 따른 '비난'보다 '시민 안전과 생명'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크 예보관은 "재난문자 발송에 대한 논쟁을 알고 있다'며 "과대 예보가 되지 않도록 타깃 지역 범위를 좁히고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 변화 영향 등으로 가뜩이나 쉽지 않은 토네이도 예측도 까다로워졌다. 윌리엄 F.번팅 폭풍예측센터(SPC) 예보운영실장은 "원래 봄철에 잦은 토네이도가 겨울에도 발생하고, 발생지역도 동쪽으로 옮겨간다"며 "예보관들이 이런 최근 변화까지 고려해 예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문자 발송 최종 단계인 예보관 교육도 꾸준히 이뤄진다. 국립기상청 내에 경보결정교육센터(WDTD) 매년 전국 각지에서 오는 저연차의 젊은 예보관들로 북적이는 이유다. 더불어 시민들에게 위험 경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경보 이해도와 전달 방식 등을 따져보는 사회과학적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기상청, 호우 '재난문자' 송출 준비…골든타임 지킬 것"

    위험 기상의 종류는 다르지만, 한국 기상청도 강력 호우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재난문자 방식을 도입한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난해 8월 폭우를 반면교사 삼아 극단적인 위험기상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달부터 1시간에  50mm이상, 3시간에 90mm 극단적인 호우는 신속하게 알리기 위해 감지하는 즉시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해당 지역 주민에 재난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기상청 송출 재난문자가 과거 참사 현장에 적용됐다면 어땠을까. 지난해 8월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여성이 쏟아지는 비에 집이 잠겨 사망했다. 당시 지자체인 동작구청은 오후 9시 38분에야 '호우 지속으로 침수 범람 위험' 내용이 담긴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첫 구조신고가 오후 8시 29분에 들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1시간 이상 늦었다. 골든타임을 지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만약 기상청 호우경보가 가능했다면, 참사 당일 오후 8시 8분에 '강한 비 유의'란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기상청은 오는 13일 열릴 국회 토론회에서 호우 재난 문자 직접 발송에 대한 기상청 자체 운영 지침 마련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5월 관련 행정안전부 예규 개정은 마쳤고, 이달 15일 서울 등 수도권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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