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어민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먹고 살기도 급한 어민들이 서울 한복판에 온 것은 시간이 남아서도 아니고 먹을 것이 남아서도 아니다. 어민들의 구구절절한 심정을 알리고자 새벽같이 이 자리에 달려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전국 어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국어민회총연맹(전오총)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앞두고 어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평생 바다만 바라보고 바다에서 삶을 이어온 어민들은 조업한 수산물이 팔리지 않는 것은 물론 삶의 터전인 바다가 오염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민정 기자1700여 명의 어민들은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즉각 철회하라", "정부는 해양투기 단호하게 반대하고 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라"고 외쳤다.
전오총 주해군 회장은 "전 국민이 방류 심각성을 아는데도 우리 정부는 국민을 위한 일본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도 대책도 논의도 없다"며 "이 순간에도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해상으로 방류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오염수가 안전한지, 방류됐을 때 어떤 영향 미치는지 어떠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은 불안해 하고 있고, 어민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일본 도쿄전력은 이날부터 2주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해 본격적인 시운전에 들어갔다.
전어총 김종식 상임부회장은 "일본과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한통속이었고, 일본 정부는 방사성 테러를 당당하게 밀어붙인다"며 "벌써부터 천일염 가격이 폭등하고 생물 가격이 반값에 거래되고, 국민 83.4%가 수산물 소비를 줄인다고 한다. 오염수는 우리 어민들에게 대재앙"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전국에서 모인 어민들은 오염수 방류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건강이 걸린 문제라며 전 국민이 함께 대응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쿠시마 어민들도 이날 한국 어민들의 오염수 방류 저지 행동에 동참하는 뜻을 밝혔다.
후쿠시마에서 55년간 어업에 종사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오노 하루오씨는 이날 편지를 보내 "저뿐만 아니라 후쿠시마현 어부들은 모두 해양 방출에 반대하고 있다"며 "바다는 이어져 있으므로 부디 후쿠시마 바다에서 삼중수소 오염수를 흘리겠다는 국가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동일본 재해 직후 도쿄 츠키지 수산시장에서 '후쿠시마현 물고기는 사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런데 오염수 해양 방출로 인해 또다시 그러한 악몽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올라온 어민 양정복씨는 단상에 올라 "이 자리는 정당의 집회도 아니고 우리 어민들만 살아가고자 목소리를 외치는 자리도 아니"라며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니, 삼중수소니 하는 전문용어는 모른다. 단지 자연의 순리에 따르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온 국민이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경남에서 가두리 양식업을 하는 강남태 어민은 "정부는 수산물 소비 부진과 가격하락에 따른 어민의 고통을 분담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적극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 어민들은 이날 우리 정부를 향해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일본 정부 제소할 것을 일본 정부를 향해 △방사성 오염수 투기 계획 중단할 것 △육상 장기 보관 등의 해법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과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