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두 달 사이 대규모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한 번이라도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경우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을 한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범죄 행위의 동기와 유인을 없앨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불공정거래 조사·수사에 대한 관계기관 논의 차원에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를 방문해 "불공정거래 행위는 우리 경제의 바로미터인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특히나 소액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의 재산을 약탈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현재의 모습으로 통합된 2005년 이래 검찰총장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 방문 과정에서 나온 이 총장의 '패가망신' 발언은 주가조작을 포함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전쟁선포'로 해석됐다.
이 총장은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최일선에서 질서를 지키는 첨병이자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며 "이미 검찰에서 한국거래소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원석 검찰총장(왼쪽)이 손병두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앞서 서울남부지검과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월말 불거진 이른바 '라덕연 사태'를 계기로 기존 회의체인 조사·심리기관협의회를 비상체제로 전환해 격주로 불법 행위 대응 체계 개선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종목 폭락을 동반한 해당 사태가 불거진 지 2개월도 채 안 돼 또 5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하는 일이 지난 14일 벌어졌다.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경에도 주가조작 의혹이 존재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수사가 병행되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번에 이 총장에게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한 조사‧분석 내용을 설명하는 한편, 시장 감시 현황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라덕연)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에서 8명을 구속 수사했다. (최근 불거진) 5개 종목 하한가 사건 관련해서도 신속하게 대처되고 있다. 이 같은 대처는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다시 부활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수 없게 됐고 단지 협력 차원의 업무만 했기에 그동안 이뤄진 많은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아직 쌓여있다"고 덧붙였다.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원석 검찰총장(왼쪽)이 손병두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이 총장은 "불공정거래 사범에 대해선 첫 번째로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엄중한 형사처벌을 하고, 둘째로는 범죄수익을 박탈해 환수하며, 셋째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서 다시는 금융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 사범에 대한 처벌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150년형을 선고 받은 미국의 버나드 메이도프(전 나스닥 이사회 이사) 사례를 들며 "아직 (우리) 시장에서는 형량이 낮고 처벌이 가벼워서 '남는 장사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게 부당이득 산정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의 국회 통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총장은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상자산이용자법안도 언급하며 "(법 통과) 그 전에라도 가상자산 관련 상장 비리, 여러 가지 유사수신 행위들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엄정하게 처벌해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거래소와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