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양평군이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의 3가지 안 표시도. 노란 표시가 IC 신설 예상 위치를 의미한다. 양평군청 제공주민 숙원인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의혹으로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경기 양평군 '강하면 주민들'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강하IC(나들목) 설치'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김 여사 특혜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강상면 종점안'이 최적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하면 주민들은 '2년 전 강상면안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양서면 종점안을 바탕으로 강하IC 추가 설치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IC요구뿐, 강상 종점 논의조차 無" 한 목소리
2년 전 양평군 읍면 간담회에서 강하면의 고속도로 민원을 취합했던 신택수(50대)씨는 10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서면으로 돼 있던 원래 노선(당초안)을 보면, 경기 광주시 남종면과의 접경지역이 있는데, 그곳에 강하면 운심리로 이어지는 IC를 건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된 강상면을 종점으로 둔 변경안은 강하면 왕창리에 IC가 생기는 안"이라며 "그때(2년 전)는 도로를 강상면으로 낸다는 것은 다들 생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강하면 운심2리 지운규(60대) 이장도 "'강하IC를 만들려면 어차피 강하 쪽으로 도로가 나겠구나' 싶었다"면서도 종점 변경안에 대한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것(강상면 종점 변경안)까지는 우리가 생각을 안 했었다. 강하IC 설치만을 계속 요구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강하면 주민 역시 "(원안대로) 고속도로가 양서면으로 넘어가면서 강하IC를 하나 만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엄청 막히던 도로에 고속도로를 내면서 옆으로 운심리 쪽 IC를 만드는 방안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만약 강상면 종점도 그때 함께 거론되면서 예타가 통과됐다면, 강상면과 강하면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당시 맘카페나 양평군 마을마다 현수막 붙고 '축하한다, 경사다'라는 말만 나왔지 싸움이 나거나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간담회에서 '강하지역에 IC를 추가해 달라'는 요구는 나왔지만, '종점'이나 '노선 변경'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주민들은 '강하IC 신설이 김 여사 일가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으로의 종점 변경 없이도 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4월 양평군의 읍면 간담회 결과 보고 내용. 보고서 캡처지난 2021년 4월에 열린 '양평군 읍면 간담회 보고서'를 살펴보면, 총 7개 안건 중 '강하면 구간 IC 설치' 내용이 짧게 한 줄로 적혀 있고 종점이나 노선 변경에 대한 내용은 없다.
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회의 '읍면 간담회 건의사항 조치계획 보고'에도 '강하면 구간 IC 설치'라는 동일한 내용이 짤막하게 등장한다.
더욱이 현재 특혜 의혹이 불거진 변경 노선안의 종점인 강상면의 경우, 읍면 간담회 자료에는 고속도로 현안 내용은 아예 담기지도 않았다.
이 같은 주민 증언과 민주당 간담회 내용을 종합하면, '민주당 지역위원회도 강상면 종점안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는 국민의힘 등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양서 종점' 강하IC 1안…金 라인에 밀려 2안으로
이처럼 원안대로 양서면 종점을 유지하면서도 강하IC를 만드는 방안은 지난해 7월 양평군이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3개 대안 노선 자료에도 담겨 있다.
군에서 작성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안) 협의 의견 현황'을 보면 예타에서 도출된 양서면 종점의 원안이 일부 구간만 수정된 1안으로 설정돼 있고, 해당 안에 '강하면 운심리 인근(IC신설)'이 명시돼 있다. 이때 특혜 논란을 촉발한 '강상면안'이 2안으로 처음 등장했는데, 2안의 강하IC 위치는 '강하면 왕창리 인근'으로 적혀있다.
지난해 7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안) 협의 의견' 내용 원문. 양평군청 제공또한 해당 1, 2안의 기대효과는 '양평구간 IC 신설로 수도권 접근성 강화 및 통행편의 제공', '국도 6호선 교통체증 완화' 등 4가지 모두 동일한 내용으로 분석돼 있다.
양평군도 당시에는 김 여사 일가 특혜 우려가 높은 강상면으로 종점을 바꾸지 않더라도, 강하면 주민들의 민원대로 원안(양서면) 종점 방향의 노선상에 얼마든지 강하IC를 만들 수 있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3가지 대안 노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7월 18일 국토부가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 노선안에 대한 의견을 군에 문의한 데 따른 답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군의 자체 분석에서는 예타를 거친 '당초안'이 "경제성과 타당성, 지역주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 검토의견을 받았다. 반면 추가로 올린 '강상면 종점안'의 경우 "경제성 재분석이 필요하고 사업비 증액이 예상된다"며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국토부가 지난 5월 3일 공개한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강상면안은 '대안1'로 자리잡으며 예타를 통과한 양서면안을 '대안2'로 밀어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양평군에서는 강하IC 설치를 요청했고 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예타 노선에서 노선과 종점의 변경이 수반돼야 한다"며 "양평군의 요청을 수용하고 타당성조사를 통해 교통, 환경, IC 설치 가능성 등을 검토했으며, 강하IC를 설치하고 종점이 강상면인 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당초 강상면 종점안에 대해 '사업비 증가가 예상되고 경제성 재분석이 필요하다'는 군의 입장과 달리, 국토부가 더 적극적으로 강상면안의 타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양상이다.
양평군도 이런 국토부 논리를 토대로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뒤늦게 특혜 논란이 거센 강상면 종점안의 시공 편의성과 경제성 등을 전파하고 있어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