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안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 땅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최적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강상면안'(수정안)이 오히려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양서면안'(원안)보다 본래 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스스로 사업 목적 달성에 불리한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모양새로, 김 여사와 관련한 특혜 의혹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서울-양평道 목적 '춘천道' 정체 해소…최적 종점 '양서면'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국토부는 양서면안을 최적안으로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타 보고서에 나와 있는 '사업목적'을 보면 국토부가 왜 양서면안을 최적안으로 판단했는지 추정이 가능하다. 보고서에는
'본 사업은 수도권 제1순환선 및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 정체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한 10일 오후 경기 양평군청 앞에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평=박종민 기자'수도권 제1순환선의 교통체증 해소'와 관련해서는 두 안이 다르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 정체 해소' 부분이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주말이면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는 도로다.
하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양평에서 끝나버리면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예타에서도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양평에서 끝날 경우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량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 사업목적 취사선택? 역행하는 '김건희 라인'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이용해 어떻게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분산시키려 했던 걸까.
그래픽1과 같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을 서울-춘천 고속도로로 연결하려 했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21년 예타 당시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두 도로의 최단 거리인 양서면안을 최적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도로설계 분야 한 전문가는 "사업 목적(서울-춘천 고속도로 정체 해소)과 양서면 종점의 위치를 보면 두 고속도로를 연결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며
"예타안(양서면안)으로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붙이는 게 제일 짧고 교통 분산도 가장 잘 되는 노선"이라고 말했다.
두 도로가 연결될 경우 서울-춘천 고속도로 시점(강일IC)부터 설악 IC에 이르는 상습 정체구간에서 두 개의 고속도로로 분리돼 교통량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이같은 제반 사항을 고려해 양서면 종점을 최적 노선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타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고속도로 연계(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해서 광역교통으로 처리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말했다.
예타 자체가 두 고속도로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평 고속道-춘천 고속道 연계성 무색하게 만든 '강상면 종점안'
또 예타 과정에서 '강상면안'이 검토조차 되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양서면보다 남쪽에 위치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면 두 고속도로의 거리는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건설 비용과 이동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2에서처럼 최대한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도로를 활용한다고 했을 때
10km 정도를 우회해야 한다. 분기점(JCT)도 하나 더 필요하게 된다.국토부가 현재 최적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강상면안의 경우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양서면안보다 10km 정도를 우회해야 하고, 분기점(JCT)도 1개 더 추가해야 한다.서울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이용해 강원도 양양을 간다고 가정해 보자.
양서면안은 한 번에 서울-춘천 고속도로까지 이동할 수 있다.
반면 강상면안은 강상JCT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양서JCT에서 다시 서울-춘천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도로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동이 불편해지는 만큼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 효과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예타 위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최적안을 만들어서 사업 계획서를 준 것에 대해 검토를 하게 돼 있다"며
"국토부가 제시한 사업 목적에 그게(서울-춘천 고속도로 정체 해소) 제시돼 있고, 두 개(양서면안과 강상면안)를 비교한다면 위치에는 (양서면안이) 부합하는 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서면안에 비해 오히려 사업목적 달성에 불리한 강상면안이 최적안이라는 국토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전문가 "지역 아닌 '국책'사업"…국토부 "춘천道 연결 근거 없어"
같은 맥락에서 국토부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후 강상면안이 최적 노선이라고 주장하면서 '6번 국도, 수도권 제1순환선 교통체증 해소'와 '강하IC 신설'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강조해왔지만,
'서울-춘천 고속도로 교통체증 해소'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국토부가 강상면안에 불리한 사업 목적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업계 도로 설계 전문가는 "사업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일부 강상‧강하 주민들만 좋은 것을 공사비를 늘리면서까지 종점을 바꾼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고속도로를 국책사업으로 한다는 것은 다른 도로와의 연계 같은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연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타가 두 도로를 연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