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22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500 코리아 오픈'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천위페이를 제압한 뒤 포효하고 있다. 요넥스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21·삼성생명)이 안방에서 열린 국제 대회 2연패를 향한 최대 고비를 넘었다. 천적 천위페이(중국)를 접전 끝에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안세영은 22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500 코리아 오픈'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천위페이를 제압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2위 안세영이 3위 천위페이에 세트 스코어 2 대 1(15-21 21-8 24-2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 대회 2년 연속 정상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안세영은 지난해 전남 순천에서 열린 코리아 오픈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특히 천위페이에 거둔 승리라 더 값졌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전까지 천위페이에 4승 10패로 열세에 있었다. 올해 초 천위페이에 3연승을 거두는 등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지난 5월 '2023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 결승과 지난달 인도네시아 오픈 4강전에서 모두 0 대 2 패배를 안았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설욕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상대로 5승 10패로 간격을 조금 좁혔다. 특히 올해는 천위페이에 올해 4승 2패로 앞서 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안세영은 1세트 5 대 9로 뒤진 가운데 기선 제압을 당했다.
하지만 2세트 특유의 수비가 빛났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안세영은 점프에 이은 강력한 스매싱으로 7 대 1까지 앞섰다. 14 대 7에서는 상대 오른쪽 공격을 쓰러지면서 받아낸 뒤 왼쪽으로 떨어지는 헤어핀까지 걷어냈다. 안세영은 철벽 수비로 천위페이의 실책을 이끌어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3세트는 대접전이었다. 안세영이 9 대 9에서 연속 득점하며 16 대 11로 앞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몸을 던지는 수비에 천위페이의 범실까지 점수는 19 대 12로 벌어졌다. 천위페이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2번의 4연속 득점으로 20 대 20 듀스를 만들며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
하지만 안세영이 다시 집중력을 발휘했다. 22 대 22에서 백핸드 드라이브로 득점한 안세영은 천위페이의 범실이 나오면서 접전을 마무리했다.
안세영이 천위페이와 4강전에서 수비하는 모습. 요넥스
다만 짜릿한 승리에도 김학균 대표팀 총감독은 마냥 웃지는 않았다. 승리에 도취되기보다 더 발전할 방향을 바라봤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오늘 안세영이 열심히 뛰었고 잘 해줬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사실 안세영이 슬로 스타터 성향이 있는데 오늘도 그랬다"면서 "더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면 3세트까지 가지 않고 이겼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음날 결승이 열리는 만큼 체력적인 안배도 고려해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다른 중요한 국제 대회에서도 더 수월하게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안세영은 천적들에 대한 맞춤 훈련을 소화했다. 천위페이를 비롯해 7승 12패로 뒤져 있는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등에 대한 해법을 찾아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 정상을 노리겠다는 의지다.
김 감독은 대회 전 "세계 랭킹 1~4위의 스타일이 다 다르고, 상대성과 승률도 다르다"면서 "상대에게 약한 원인이 분명히 있고 그걸 느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대에 맞게 다양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을 코치진도 얘기해서 많이 바꾸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안세영은 천적 천위페이를 넘었다. 23일 결승전 상대는 야마구치를 누른 4위 타이쯔잉(대만)이다. 과연 안세영이 안방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