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총경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사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를 받았던 류삼영 총경이 최근 총경 전보 인사를 '보복성 인사'로 규정하며 경찰청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류 총경을 31일 오전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5년간 경찰조직의 일원으로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최근 경찰 중립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웠다"며 "감히 14만 경찰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사직을 결심하게 됐다"며 사직을 발표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시행령으로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 지난 시간 힘들게 쌓아온 경찰 민주화가 나날이 무력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뜻있는 경찰서장들이 의견 수렴을 위해 모였다는 이유로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되는 등 사실상 강등에 가까운 보복인사를 겪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류 총경은 총경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112 상황팀장은 지난해까지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급 간부가 담당하던 자리다. 올해부터 총경 복수직급제가 도입되면서 총경급 간부도 보임할 수 있게 됐지만, 내부에서는 좌천성 자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류삼영 총경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사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는 "하반기 총경 인사에서도 보복성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누군가 경찰 블랙리스트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찰청장이 갖고 있는 총경 인사권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사직 이후 계획에 대해 "사직을 안 해봐서 어떤 직무가 주어질지 모르지만 조직 내에서 입에 재갈 물리고 했던 이야기를 조직 밖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계획"이라며 "경찰국 사태와 관련된 책을 쓰고 있다. 책 통해서,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활동 통해서 경찰에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국민께 도움 되는 일에 힘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선 출마설' 등과 관련해서는 "정치와 관련해서는 정치할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생각이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류 총경은 경찰청 민원실을 통해 사직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