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연합뉴스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한 강속구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5·워싱턴)의 은퇴 기자 회견이 돌연 취소됐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잔여 연봉 지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8일(한국 시각) USA투데이, 워싱턴타임스 등에 따르면 스트라스버그는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은퇴를 공식화할 계획이었다. 스트라스버그의 은퇴 소식은 이미 지난달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워싱턴 구단이 기자 회견을 앞두고 스트라스버그의 잔여 연봉을 지급하는 문제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USA투데이는 "원래의 합의는 스트라스버그가 계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은퇴하는 것이었다"면서 "워싱턴 구단이 아무런 설명 없이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지난 2019년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 달러(약 3253억 원)의 초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계약 기간이 3년 남은 가운데 구단이 스트라스버그에게 지급해야 하는 잔여 연봉은 1억500만 달러(약 1400억 원)에 달한다.
워싱턴은 스트라스버그에게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구단의 긴축 경영 기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은 최근 10명의 스카우트 직원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고, 마이크 리조 단장과 계약 연장도 아직 마무리 짓지 않은 상황이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재학 시절 역대급 재능으로 꼽힌 스트라스버그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워싱턴의 지명을 받았다. 2010년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12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2.91로 활약했고, 이듬해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기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4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2019시즌에는 33경기(209이닝)에 출전해 18승 6패 평균자책점 3.32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당시 워싱턴은 스트라스버그의 활약에 힘입어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월드 시리즈에서 2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51로 활약, MVP(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워싱턴은 2019시즌을 마친 뒤 스트라스버그와 장기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역대 최악의 '먹튀'로 남게 됐다. 스트라스버그는 FA 계약 후 첫 시즌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스트라스버그는 2020시즌 신경계 문제인 팔목 터널 증후군으로 수술대에 올라 1패 평균자책점 10.80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물러났다. 2021시즌에는 어깨 통증으로 5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2시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단 1경기에 나섰다.
올 시즌에도 부상이 발목을 잡아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신경계 문제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한 스트라스버그는 결국 유니폼을 벗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9년 워싱턴과 장기 계약 후 4시즌 동안 8경기(31⅓이닝) 출전에 그쳤고, 단 1승밖에 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