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발매된 아이유 미니앨범 '챗셔' 표지가수 아이유(IU)의 데뷔 15주년을 맞아, CBS노컷뉴스는 음악평론가 7인에게 '아이유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곡이나 앨범'이 무엇인지 물었다. 앨범 단위로 가장 많이 등장한 건 '챗셔'(CHAT-SHIRE·2015)였다. 곡은 비교적 고르게 나왔다. 답변 순서는 가나다순이다.
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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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셔'(CHAT-SHIRE·2015) '라일락'(LILAC·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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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앨범 단위 완성도가 좋은 대표적인 음악가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챗셔'와 '라일락'은 앨범 단위로 꼭 들어야 할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챗셔'. 긴 시간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던 인물이 대중을 향해 '너희가 생각하는 그거 아닐걸?'하는 표정과 함께 '진짜 나'를 자신감 있게 드러내던 순간이 전한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자신의 20대와 산뜻하게 안녕을 고하는 앨범 '라일락'을 들으며, 그의 20대 10년이 저의 지난 10년이기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한국의 대중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랜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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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셔'(CHAT-SHIRE·2015) '스물셋'(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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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디스코그래피 중 저는 '챗셔'가 가장 중요한 음반이라고 생각해요. 곡의 임팩트를 생각하면 타이틀곡 '스물셋'이 가장 상징적이라 생각하고요. 물론 그 앞에 낸 타인이 프로듀싱한 앨범들도 '챗셔'가 나오기까지의 맥락에 일조를 했지만, 아이유가 지금의 작가주의적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챗셔' 음반이 한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봐요. 미움 받을 걸 알고도 이런 작품을 묶어 내기로 한 그의 창작적 고민과 불안 같은 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이런 것이 주류 가요로 발표되었다는 자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가수 아이유는 2008년 데뷔 후 5장의 정규앨범을 포함해 다양한 미니앨범과 싱글을 발매했다. 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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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2015) '에필로그'(2021) |
"'스물셋'은 많은 분들이 수 없이 언급하셨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언급하시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유의 디스코그래피에 있어 큰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이전까지의 아이유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단번에 뒤집어 놓았고, 그만큼 숱한 논란을 낳기도 했죠. 지금 와서 생각하자면, 이때 뒤집힌 이미지 덕에 아이유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질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이 이후로 아이유는 어떤 이미지에 갇히지 않은 채 다양한 콘셉트와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지요. 무척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이 곡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이유도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에필로그'가 곡이 실린 '라일락'은 아이유가 자신의 20대를 마무리하며 내놓은 풀 렝스(정규) 앨범입니다. 그런 의미 깊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면서, 아이유의 20대의 마지막 페이지 그 자체와도 같은, 말 그대로의 '에필로그' 역할을 하는 곡이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이 다음으로 가요'라는 문장에서는 단 한 점의 의문도 없이 과감하게 다음 페이지로 떠나가는 아이유의 산뜻한 얼굴이 떠올라 기쁘면서도 어딘가 애틋해지기까지 합니다. '(이 다음 이야기를) 들어줄 거지요?'라는 의문형으로 끝낸 마지막줄에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30대의 아이유가, 또 그 이후의 아이유가 들려줄 이야기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아이돌로서 환상성과 대상화의 극점에서 자연인으로서의 자아와 감동적이고도 애정 어린 화해의 장면이면서, 이를 보다 보편적인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로도 승화시킵니다. K팝 세계가 만들어낸 가장 커다랗고도 위험한 환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작가가 등장하는 찬란한 순간"
박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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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즈'(Modern Times·2013) '우울시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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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모던 타임즈' 앨범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하나 고르기가 너무 어려운 게, 아이유 앨범은 어떤 게 특별히 완성도가 좋다기보다는 취향 차이로 갈리기 때문에. 저는 그 앨범에 담긴 뾰족함이 좋아요. 남들이 잘하지 않는 얘기를 해서요. 샤이니 종현과 함께한 '우울시계'라는 노래가 있어요.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긴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잖아요.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예민하고 곤두서 있다는 인상이 짙은 앨범인데 그게 좋았어요."
가장 인상적인 '앨범'으로는 챗셔가 제일 많이 꼽혔고, '노래'에 관한 답은 고르게 나왔다."주체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 역량을 증명한 첫 작품. 음악과 노랫말 모두 준수한 앨범이지만, '제제'(Zeze) 논란으로 앨범의 작품성이 과소평가된 감이 있습니다."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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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2010) '너의 의미'(2014) '밤편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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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은 아이유 커리어 초반의 정체성을 결정지음과 동시에 가요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게끔 한 결정적인 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도 아이유하면 떠오르는 '국민 여동생'이나 '3단 고음'도 모두 이 노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너의 의미'는 단순히 '다시 부르기'에 그치지 않고, 원곡의 감성은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색을 부여하는 어려운 작업을 훌륭히 해낸 곡인데요. 안 그래도 무거웠을 '산울림'이라는 존재를 '조력자'로서 품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장년층에게는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입문곡으로, 젊은 층에게는 옛 가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던 매개체로서 작용하며 그가 국민가수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한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밤편지'는 한국대중가요사 중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아이유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경험을 빌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숙면을 빌어주는' 유려한 언어들이 기교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실어내고 있는데요. 위에 적은 바와 같이 '듣는 이들로 인해 의미를 가지게 되는', 노래 속 메시지가 각자에게 있어 자신만의 싹을 틔우는 씨앗의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